28일 외환시장에선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자금 회수와 휴버트 나이스 국제통화기금(IMF)단장의 발언으로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는 올랐다.
전문가들은 “시장참가자들이 바닥을 확인했지만 당국의 개입없이는 큰 폭의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풍경〓이날 오전장에서 시장참가자들은 한은의 개입이 없을 것이라는 소문에 ‘팔자’에 나섰다.
미국달러화는 한때 연중 최저가인 1천1백85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현대중공업의 수출대금 4억5천만달러가 시장에 쏟아진 것도 달러값 하향곡선을 더 가파르게 만든 요인.
나이스 단장의 로이터TV와의 대담이 환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나이스가 “한은이 조심스럽고 적절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데 따라 딜러들은 매수에 나섰고 달러당 1천2백70원까지 올랐다.
이날 ‘사자’주문을 많이 낸 곳은 외국계 은행들.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은 주로 외국계 은행과 거래를 많이 하고 있다. 이들이 원화 투자자금을 회수해 본국으로 송금할 때는 달러화로 환전하기 때문에 달러화수요가 일시적으로 발생했다. 규모는 7천만∼8천만달러 정도.
▼개입여부〓일부 외환딜러들은 국내은행, 특히 산업은행이 달러를 매수한 것을 두고 한국은행이 협조요청을 통한 간접개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3천만달러 정도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27일 유입된 독일 코메르츠은행의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자금 2억7천만달러가 서울외환시장에 직접 유입되지 않도록 한은 계정에 받아둔 상태.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오른 것과 한은이 달러를 사들인 것을 일부 딜러들이 혼동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정수준 이하로는 환율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를 흘려주기보다는 개입하더라도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심리전을 폈다.
▼전망〓외환딜러들은 당국의 개입이 없는 한 환율이 오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월말이라서 수출대금이 계속 유입되는데다 외환은행의 투자자금 등 외국인 직접투자 및 기업매각 대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도 달러화 가치상승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
외환컨설팅 업체 핀텍의 이재줄(李在茁)부장은 “1천1백80원이 단기적인 바닥이며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면 1천2백원 초반을 향해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당국의 개입없이는 더이상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한은이 3천만∼4천만달러 정도만 매입하면 1천3백원 근처까지는 쉽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