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28일 한때 1천1백원대로 떨어지는 등 급락을 거듭하자 무역업체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자동차 철강 전자 화학 기계 등 수출주력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일부 품목은 아예 수출상담을 중단하는가 하면 수출용 원자재 수입도 필수적인 것외엔 모두 시기를 연기하고 있는 상태.
이런 가운데 외국 바이어들은 여전히 수출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바이어들은 계약을 취소하고 거래선을 전환한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무역협회 및 무역업계에 따르면 27일 현재 원화환율은 1천2백9원으로 2월말(1천6백33원)보다 35% 떨어진 반면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은 21.4% 올랐다. 일본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우리상품보다 56.4%나 높아진 셈. 이에 따라 일본보다 우위에 있던 포항제철의 철강제품도 이미 신일본제철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졌고 자동차 공작기계 등 대부분의 업종들이 일본제품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원사가공 수출업체인 H사는 최근 원화환율이 1천2백원대로 떨어지자 아예 수출상담을 중단했다. 환율이 1천4백원대일 때 수출마진이 10%에 불과했는데 환율이 20% 가까이 떨어진 지금은 파는 족족 손해를 보기 때문. 해외 바이어가 원사 외상수입을 보증하겠다고 제의했지만 아예 원자재수입도 중단했다.
무역업체들이 환율하락보다 더욱 우려하는 것은 널뛰듯 하는 환율의 불안정한 전망 .
무역협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무역업체들은 환율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이고 한두달 내에 1천4백원선을 회복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민간경제연구소들도 달러화 공급과잉으로 환율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지만 엔화 등 아시아권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원화환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이에따라 원자재 수입업체들도 극심한 내수위축에다 수입주문을 했다가 한달뒤 대금을 치를 때 환율이 다시 오를 것을 우려해 수입을 극도로 자제하고 부득이한 수입은 결제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A종합상사 관계자는 “환율하락으로 국제 원자재가격이 낮아져 수입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국내 경기침체로 수입수요가 전혀 없는데다 환율반등 가능성 때문에 아무도 수입을 하려고 하지 않아 써야 될 달러가 남아도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