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번주중 회사채 발행물량은 2조7천2백50억원어치로 올들어 한달치 발행실적과 맞먹는 규모다. 이달에만 올들어 최대인 5조7천1백76억원어치가 발행될 예정.
기업들이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는 것은 그만큼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회사채를 사는(돈을 대주는)쪽은 오히려 비싼 값(낮은 금리)에 사간다.
이에 따라 시중금리는 28일 현재 연 12.80%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기업들은 금리의 추가하락을 기대, 시장에 팔려고 내놓은 회사채를 되가져가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이 되가져간 회사채물량만 △27일 4천억원 △28일 2천9백억원어치에 달했다. 우량채권을 입도선매하는 진풍경도 나타났다. 발행 1,2일 전부터 투자신탁 등 인수기관에서 협상을 통해 우량채권을 확보해두는 것. 삼성전자가 27일 발행한 4천억원어치의 회사채는 ‘예약신청’을 한 투신사들이 발행 즉시 사갔다. 29일 발행된 2천6백50억원어치의 회사채도 대부분 인수기관이 미리 정해져 있던 물량.
금리하락 이유는 당국의 금리인하 의지가 워낙 확고한데다 금융기관 구조조정 이후 우량 금융기관으로 몰린 뭉칫돈이 금융권내에서만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수신고가 11조원 가량 불어난 투신사들은 우량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 은행들도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한 채 채권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대우증권 마득락(馬得樂)차장은 “금융권 내에 돈이 넘쳐 조만간 시중금리가 연 11%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신용경색이 풀리지않은 상황에서 금리하락의 혜택은 5대그룹 계열사 등 일부 우량기업에만 돌아가고 대부분의 기업은 자금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풍요속의 빈곤’이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