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전방위 ‘메신저’로 나선 김우중(金宇中)전경련 회장대행의 발언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31일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사석에서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던 불만사항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옛날처럼 재계가 마냥 당하고 살 수만은 없다’는 배경설명과 함께…. 배석한 대우그룹 관계자들이 ‘설화(舌禍)’를 우려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회장은 정리해고와 관련, ‘대기업은 자제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법대로 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여건을 지적하며 ‘노조 고통분담’을 전제로 정리해고를 자제해야 한다는 게 요지.
그러나 이날 현대자동차가 1천5백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함으로써 김회장 발언은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게 재계의 반응.
특히 재계는 민감한 시기에 계속 돌출성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일각에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중을 미리 읽고 ‘총대’를 자청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해선 ‘불신’을 문제삼았다. 정부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내에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는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대우자동차가 대우증권 기업어음(CP)을 1% 더주고 샀는데 싸게 산 것도 아니고 뭐가 잘못됐나,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이밖에 “지금 국가 신용도가 제로다. 우리 은행 신용장 들고 어디 나가도 받아 주는데 없다. 국가지도자들이 이런 사실도 잘 모른다”는 말도 거침없이 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