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정치권로비 실태]「실세」찾아 특혜대출 청탁

  • 입력 1998년 7월 31일 19시 36분


경성그룹의 정치권 로비는 작년 대통령선거 전까지는 구여권의 민주계, 대선 이후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검찰이 발표한 ‘한국부동산신탁 수사 관련, 검찰의 입장’에 언급된 구여권 인사는 서석재(徐錫宰)의원 김우석(金佑錫)전내무부장관 배재욱(裵在昱)전청와대비서관 등 3명. 검찰은 그러나 이들이 실제 청탁을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드러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회의 연루자는 김봉호(金琫鎬) 안동선(安東善) 조홍규(趙洪奎)의원과 이용희(李龍熙) 정대철(鄭大哲)전의원. 검찰은 이중 정전의원은 3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순수 정치자금이었다고 해명했다.

자민련의 김용환(金龍煥) 김범명(金範明) 이원범(李元範) 이양희(李良熙)의원은 경성이 부도위기에 몰린 작년 12월 이후 집중적인 청탁을 받았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 의원들로부터 부탁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이 이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성의 정치권 로비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는 알맹이가 없었다. 로비로 인해 대출이 이뤄진 경우도 있었지만 그 대가로 돈이 오간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그동안 경성의 이재길(李載吉)회장 등의 로비 소문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민련의 한 의원은 “대전에서는 경성을 ‘도깨비 회사’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80년대만 해도 영세 건설업체였던 경성이 90년대 들어 종합건설회사로 격상하더니 이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이런 별명이 붙었다는 것.

여권에서는 경성의 이회장이 민자당 대전시지부 간부를 맡는 등 구여권과 밀접한 관계였으며 염홍철(廉弘喆)전대전시장과도 가까운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에서는 그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 인맥으로 분류했다.

90년대초 대전지검에 근무했던 한 검찰간부는 “이회장이 워낙 손이 커서 언젠가 사고를 칠 줄 알았다”며 “당시 그가 안하무인으로 행동해 한차례 나무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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