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여건의 악화로 하반기 수출전망이 더욱 어두워 경상수지 4백억달러 흑자목표의 달성도 힘겨운 실정이다.
상품을 내다팔 시장은 점차 줄어들고 경쟁국은 늘어나고 있다. 일본 등 경쟁국 통화는 평가절하되는 반면 원화가치는 상승, 수출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은 생존문제에 매달려 상대적으로 수출을 소홀히 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수출촉진대책들도 현장에서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대외여건의 악화〓유럽연합(EU)과 중남미 중동을 제외한 미국 일본 중국 아세안 등 주요 수출시장이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아시아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세계 경기가 후퇴할 조짐을 보이자 각국이 수입을 줄이고 있다. 반면에 아시아국가를 중심으로 모든 나라가 내수감소의 탈출구로 수출에 매달린다.
한국 수출기업들은 올해초 환율상승(원화가치하락)으로 저가 수출경쟁을 벌이다가 최근의 갑작스러운 원화 평가절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면 단가를 인상해야 하지만 경쟁심화로 바이어 이탈이 걱정돼 당분간 출혈수출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환율이 더 떨어질까봐 수출주문을 못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출물량은 95년을 100으로 볼 때 올해 들어 5월까지 17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3% 늘어났지만 수출단가지수가 19.5% 하락하는 바람에 수출액이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
품목별로 보면 주력수출품인 64메가D램은 올해초 개당 60달러에서 7월에는 9.09달러로 떨어져 감산을 단행했다.
우리 수출시장의 절반 정도에서 경합하는 일본의 엔화가 평가절하되고 있어 수출상품의 가격을 좀 더 낮춰야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반대로 움직인다.
산업자원부 오강현(吳剛鉉)무역정책실장은 “원화와 엔화의 환율이 10대1 수준은 유지돼야 일본제품과 가격경쟁을 벌일 수 있으나 최근 8대1 수준으로 떨어져 수출전망이 어둡다”고 말했다.
▼수출 부진의 대내요인〓기업 구조조정의 와중에 부도업체가 늘면서 건실한 업체도 눈앞의 생존에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수출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실제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 등이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노사분규에 휩싸여 3만9천대 2억8천만달러에 이르는 수출차질을 빚었다.
무역금융정책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수출환어음 매입잔액은 7월30일 현재 지난해 11월말에 비해 76.1% 수준.
최근 정부에서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이 발행한 구매승인서만 들고가도 무역금융을 지원하도록 했으나 은행은 여전히 구매승인서만으로 무역금융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기업들은 거주자외화예금을 잔뜩 쌓아두고도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원자재 수입을 꺼리고 있다.
▼전망〓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사상 처음으로 수출의 연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무역금융을 활성화하는 것은 수출을 대폭적으로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다른 국가와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9∼10월 구조조정이 끝날 때까지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는 축소지향형 무역구조”라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경기회복의 다른 여건이 조성되더라도 수출이 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