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반도체시장 「韓-美 2强 구도」예상

  • 입력 1998년 8월 2일 20시 11분


세계 D램 반도체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지금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을 리더해왔던 한국과 일본 양분 구도가 일본업체들의 퇴조로 깨어지고 한국과 미국 중심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태풍의 눈’은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러지사.

미국의 대표적 D램 메이커인 마이크론사는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반도체 관련회의에서 “전체 64메가 D램의 75%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PC100’용 싱크로너스 제품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일에 비해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사는 물량 공세로 반도체 가격 폭락을 부추겼던 장본인. 저가 및 물량공세가 한계에 직면하자 ‘이제 양(量)이 아닌 질(質)로 승부하겠다’며 방향을 바꾼 것.

더구나 6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로부터 인수한 공장의 웨이퍼를 0.30마이크론급에서 한단계 발전한 0.21마이크론급으로 교체하는 등 설비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 7.9%로 랭킹 5위에 머물렀던 마이크론은 6월 TI(지난해 6.2%)의 D램 사업을 인수하면서 14.1%로 NEC(12.1%)를 제치고 단숨에 2위로 떠올랐다. 1위인 삼성전자(18.8%)와도 간발의 차.

마이크론은 내년에도 천문학적인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킵 베다드 부사장은 최근 “내년도에 9억달러(약 1조1천억원)이상을 신규 투자할 방침”이라며 최근 한달간 일본 및 대만의 은행과 자금조달 협상을 벌였다고 밝혔다. 아시아 지역이 최근 극심한 경제난으로 신규 투자를 꿈도 못꾸고 있는 것과 대조적.

7,8월간 여름 휴가를 중심으로 1∼2주씩 감산에 들어간 일본업계는 최근까지 D램 부문의 설비투자를 축소하면서 수익성 높은 비메모리 반도체쪽으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중이다.

또 차세대 D램 강국으로 무섭게 떠올랐던 대만도 경기 침체와 채산성 악화 때문에 올해 사상처음으로 설비 투자를 축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럽의 대표 주자였던 지멘스는 D램 사업에 뛰어든 후 6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1일 영국 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마이크론의 집요한 추격전에 대해 국내업계에선 “마이크론은 기술력에서 한국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며 메모리 반도체에 관한 한 한국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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