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대표 김영환·金榮煥)가 올들어 끌어들인 외자는 총 12억6천2백만달러.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현대전자가 재계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가히 ‘외자 유치의 교과서’로 불릴 만하기 때문. 현대는 △자회사 매각 △자회사 미국 증시 상장 △사업 지분 매각 △해외 전환사채 발행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외자 유치〓현대는 7월 비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심비오스로직을 7억6천만달러에 미국 LSI로직에 매각했다. 95년 미국 AT&T의 비메모리 사업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지 3년만의 일. 부채까지 합하면 무려 3배가 넘는 알짜배기 장사를 한 셈이었다. 94년 인수한 하드디스크업체 맥스터는 지난주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신주를 발행, 3억3천만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칩팩과 맥스미디어도 올해안에 미국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글로벌스타의 일부 지분을 미국 로랄사에 매각(8천2백만달러) △해외 전환사채 발행(5천만달러) △마스크숍을 미국 듀폰사에 매각(3천1백만달러) 등 굵직굵직한 뉴스를 잇따라 터뜨렸다. 현대측은 “이 가운데 4억5천만달러는 국내로 들여와 이천 반도체 공장의 설비 투자와 연구 개발 비용으로 쓰게 되며 나머지는 미국 현지법인(HEA)에 재투자된다”고 밝혔다.
▼성공 요인〓해외 자회사의 경영만 따지면 현대전자는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릴 법하다. 적자에 시달리던 기업들이 현대가 손을 대면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 해외투자의 대표적 실패사례로 거론되는 삼성전자의 AST나 LG전자의 제니스가 적자행진을 거듭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철저한 현지인 경영 원칙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 사사건건 본사에서 일을 챙기는 다른 회사와 달리 현대전자 자회사에는 한국인 직원들이 거의 없다. 심비오스의 경우 인수 후 매각때까지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은 단 2명뿐이었다.
정몽헌(鄭夢憲)회장이 이사회 등 중요한 회의마다 직접 참석해 즉시 의사 결정을 해주는 ‘스피드 경영’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세세한 경영은 자율에 맡기되 회장이 관심을 갖고 직접 챙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