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는 외자유치 「모범생」…올 13억달러 확보

  • 입력 1998년 8월 10일 19시 27분


현대전자가 인수한 해외 자회사들이 외화창고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 업계의 화제다. 국내기업 해외 자회사들이 대부분 경영난 때문에 모회사에 부담을 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전자(대표 김영환·金榮煥)가 올들어 끌어들인 외자는 총 12억6천2백만달러.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현대전자가 재계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가히 ‘외자 유치의 교과서’로 불릴 만하기 때문. 현대는 △자회사 매각 △자회사 미국 증시 상장 △사업 지분 매각 △해외 전환사채 발행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외자 유치〓현대는 7월 비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심비오스로직을 7억6천만달러에 미국 LSI로직에 매각했다. 95년 미국 AT&T의 비메모리 사업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지 3년만의 일. 부채까지 합하면 무려 3배가 넘는 알짜배기 장사를 한 셈이었다. 94년 인수한 하드디스크업체 맥스터는 지난주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신주를 발행, 3억3천만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칩팩과 맥스미디어도 올해안에 미국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글로벌스타의 일부 지분을 미국 로랄사에 매각(8천2백만달러) △해외 전환사채 발행(5천만달러) △마스크숍을 미국 듀폰사에 매각(3천1백만달러) 등 굵직굵직한 뉴스를 잇따라 터뜨렸다. 현대측은 “이 가운데 4억5천만달러는 국내로 들여와 이천 반도체 공장의 설비 투자와 연구 개발 비용으로 쓰게 되며 나머지는 미국 현지법인(HEA)에 재투자된다”고 밝혔다.

▼성공 요인〓해외 자회사의 경영만 따지면 현대전자는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릴 법하다. 적자에 시달리던 기업들이 현대가 손을 대면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 해외투자의 대표적 실패사례로 거론되는 삼성전자의 AST나 LG전자의 제니스가 적자행진을 거듭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철저한 현지인 경영 원칙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 사사건건 본사에서 일을 챙기는 다른 회사와 달리 현대전자 자회사에는 한국인 직원들이 거의 없다. 심비오스의 경우 인수 후 매각때까지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은 단 2명뿐이었다.

정몽헌(鄭夢憲)회장이 이사회 등 중요한 회의마다 직접 참석해 즉시 의사 결정을 해주는 ‘스피드 경영’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세세한 경영은 자율에 맡기되 회장이 관심을 갖고 직접 챙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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