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정부는 최대쟁점으로 3개월간 끌어온 6∼30대 대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허용문제를 13일경 관계기관 대책회의 등에서 다시 논의한 뒤 이번주내에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무역금융 허용 논란〓11일 오전 무역센터에서 열린 수출지원 간담회. 자민련이 “수출부진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해보자”고 제안해 이뤄진 이 자리에는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구평회(具平會)무역협회장 정덕구(鄭德龜)재정경제부차관 등 정관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수출지원에 대한 컨센서스를 이루려 했던 이날 모임에서는 사사건건 이견만 노출, 불편하게 끝나고 말았다.
손병두(孫炳斗)전경련부회장이 “정부가 도대체 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을 도와주려는 성의가 없다”면서 “왜 대기업에 무역금융을 허용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각 정차관이 맞받아쳤다. “우리 대기업은 아직도 금융을 지배하려는 낡은 발상에서 못벗어나고 있다. 세계 어느나라에도 실세금리보다 훨씬 낮은 특혜금융을 해주는 곳은 없다. 과거 기업들을 ‘업어서 키운’ 행태를 되풀이할 순 없다.”
박총재는 이 문제를 재벌개혁과 연계시켰다. “우리 기업들이 과연 개혁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과잉 중복투자에 대해 빅딜을 하는 등 할 일을 하고 나서 정부에 요구할 걸 요구하는 게 제대로 된 순서가 아닌가.”
대기업이 요구하는 무역금융은 한국은행이 연 5%의 저리자금으로 금융기관에 지원, 금융기관이 일반 대출금리보다 1∼3%포인트 낮은 연 13∼15%의 금리로 기업에 지원하는 수출입용 자금을 말한다.
올해 한국은행은 5조6천억원의 저리자금(총액한도대출)을 금융기관에 지원하기로 했으며 이미 집행된 5조원 중 1조1천억원이 무역금융용으로 중소기업에 대출되었다.
재계는 30대 기업에 무역금융을 허용, 대기업이 낮은 금리의 자금을 사용할 경우 업체마다 20%의 수출증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도 최근 6∼30대 그룹 계열사 등 대기업에 무역금융을 허용할 경우 수출 증대효과는 연간 82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은과 재경부는 무역금융은 특혜성 정책자금이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가 금지하고 있는 수출보조금에 해당하며 국제통화기금(IMF)과도 중소기업에만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 등은 한은의 저리자금이 절대 특혜성 정책자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벌개혁과 무역금융〓정부는 대기업에 무역금융을 허용할 경우 현재 추진중인 재벌개혁이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자금 여력이 있고 거주자외화예금도 쌓여있어 굳이 정책성자금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대기업에도 저리자금을 사용하게 하면 중소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크게 줄어든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재계 일각에서는 무역금융 허용문제를 둘러싸고 “구조조정이냐, 수출촉진이냐를 두고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라며 “결국 청와대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금주내 최종결정이 날 무역금융 허용여부에 정부와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환율인상〓11일 수출지원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은 “도저히 환율이 불안해 마음놓고 수출을 할 수 없다. 정부에서 적극 개입해 환율을 안정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관계당국이 수출의 가격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환율 하락(원화 평가절상)을 방치하지 말고 개입해달라는 주문.
자민련의원들도 “왜 환율 하나 안정시키지 못하느냐”고 몰아붙였다.
한은 박철(朴哲)부총재보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런 공개석상에서 환율을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재경부와 한은 입장에서는 인위적 환율조정의 문제점을 더 걱정하는 상황이다.
〈이명재·박현진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