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대폭우는 다목적댐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뜻도 깊다. 만약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없었더라면 어떤 결과를 빚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도 두 댐은 흘러드는 물을 받아들이면서 끝내 수문을 열지 않았다. 그 분량이 소양강댐은 약 3억t, 충주댐은 약 4억t이다. 폭우전에 적정량을 흘려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물이 갇히지 않고 흘러 나갔다면 중랑천이 범람 위기에 있을 때 온 서울을 덮쳤을지도 모른다. 위기를 두 댐이 막아준 것이다. 그러므로 다목적댐의 홍수 조절능력을 재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댐들로는 치수관리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체계적인 하천관리와 홍수조절을 위해서도 댐을 더 건설해야 한다.
정부가 영월댐을 건설하려는 것도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그런데도 지금 현지주민과 환경단체 등에서는 백지화 주장을 들고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그동안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파괴했으며 이번 폭우때도 그같은 개발이 재난을 초래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문제를 염두에 두고 환경친화의 안목에서 추진하는 댐 건설까지 그 범주에 끼워넣어서는 안된다. 선택은 신중해야겠지만 한번 선택했으면 꾸준히 밀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영일(서울시립대교수·토목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