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포철에 「눈독」…신격호회장,철강에 남다른 애정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롯데그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포항제철 민영화와 관련해 롯데가 뭔가 일을 크게 꾸미고 있는 흔적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홀수달에만 한국에 머무는 롯데 신격호(辛格浩)회장이 이례적으로 짝수달인 지난 주말 귀국한 것도 예사롭지 않고 더욱이 주초에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후 신회장은 자금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곳 이외에는 신규투자를 보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회장의 한 측근은 “신회장의 이번 지시는 일반적인 경영합리화 차원이 아니라 그룹이 앞으로 큰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자금비축을 하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신회장이 정부측으로부터 공기업 민영화에 참여하는 등 신규투자를 확대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제2부지에 대한 투자가 늦춰지고 김해 장유지구에 대규모 복합유통단지를 건설하는 계획도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부산 시청사 부지에 제2롯데월드를 만드는 계획도 ‘분위기와 상황을 봐가면서 하자’며 템포를 조정하고 있다. 일산에 짓고 있는 백화점건축 공사는 이미 중단했다.

롯데는 그동안 포철 민영화에 유력한 참여자로 거론되어 왔다.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신회장이 철강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어 엄밀하게 그룹실무자에게 포철 지분인수와 경영권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60년대 포철설립에 숨은 역할을 담당했으나 정부의 만류로 포기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신회장으로서는 이번 민영화가 ‘못다 이룬 꿈’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 집념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룹 관계자는 “롯데는 배타적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할 때에만 포철 민영화에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투자재원은 대부분 일본롯데 자금의 국내도입과 해외투자유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포철 경영권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인삼공사 등 다른 공기업에 대한 인수와 금융권 진출도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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