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상장사경영실적]IMF고금리에 「밑지는 장사」

  • 입력 1998년 8월 17일 08시 04분


12월에 결산하는 상장기업들의 올 상반기 실적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처음 나오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5백43개사는 회사당 평균 매출 4천7백18억원에 2백5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장사들은 팔면 팔수록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가 상장사 전체적자의 44.7%인 6조1천1백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기아그룹 구경영진이 변칙회계 처리를 통해 3조원 가량의 적자를 숨겨놓은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 이들 회사는 국제 공개입찰을 앞두고 실사를 통해 그동안 장부에 숨겨놓은 적자를 한꺼번에 노출시켰다.

부도기업에 돈을 대줬다가 원리금을 떼인 은행들은 작년 상반기 1천7백41억원의 흑자에서 6조6천2백51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은행권 적자의 절반 가량은 제일은행(1조3천6백35억원)과 서울은행(1조3천7백65억원) 몫이다. 기아 아시아자동차와 은행들의 적자 규모는 전체 적자의 93.2%에 달한다.

부도를 면한 상장사도 높은 금융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평균 12%에 불과했던 회사채 금리는 올상반기에 최고 30%까지 치솟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LG증권 분석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 부담률은 지난해 상반기의 5.0%에서 7.4%로 50%나 증가했다. 상장사가 1천원어치를 팔아 74원을 이자로 문 셈이다.

30대 그룹의 상반기 총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2.9% 늘어난 1백76조9천5백억원. 그러나 이들 그룹의 당기순익은 작년 1조9백억원의 흑자에서 9천6백억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10대그룹 중에서는 삼성(3천2백82억원) SK(1천9백87억원) 한진그룹(1천42억원)만이 흑자를 기록했다. 이들 회사도 비상장사를 포함하면 결과가 더 나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비행기 매각을 통해 3천억원대의 영업외수익을 올림에 따라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현대는 현대전자의 대규모 적자로 4천5백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대우는 대부분 계열사가 흑자를 기록했으나 새로 인수한 쌍용자동차가 구조조정과 자동차 내수침체로 매출액이 절반 가량 줄어드는 바람에 2천56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규모 흑자를 달성한 기업 중에는 공기업이 많았다. 포항제철이 작년 상반기보다 26.5% 증가한 6천8백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흑자규모 1위를 차지했고 한국전력이 4천7백억원의 흑자를 냈다.

〈김상철기자〉sc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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