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중 30대 그룹 가운데 계열 상장사 경영실적 집계에서 흑자를 낸 곳은 삼성 SK 한진 롯데 등 9개사. 자동차 전자 조선 화학 등 주력업종들이 IMF체제 들어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흑자를 올린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원화환율 급상승 등 IMF체제로 급변한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한 덕택이라고 분석한다.
▼사업엔 타이밍이 중요하다〓9개 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대규모 사업부 해외매각을 성공시켜 달러를 벌어들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도 흑자가 두배 이상 늘어난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중공업 중장비 부문을 볼보에 팔아치운 것이 결정적이라는 자체 평가.
대상의 라이신사업 매각은 환율이 달러당 1천4백원대에서 이뤄진데다 매각 이후 라이신 국제시세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그룹 내 황금알 사업을 적기(適期)에 팔 수 있었던 것은 전문경영인인 고두모(高斗模)회장에게 전권을 몰아준 덕택이라는 것이 그룹내 평가다.
코오롱그룹도 알짜 사업부인 한국화낙과 코오롱메트 합작지분을 과감히 매각, 흑자그룹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수출총력체제에 승부를 건다〓지난해보다 5배이상 흑자가 늘어난 새한그룹은 수출비중을 65%에서 70%로 늘려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은 사례. 지난해 홍콩과 독일 사무소를 판매법인으로 육성하는 등 해외판로를 개척한 것이 1년만에 빛을 내고 있다.
동부그룹의 동부제강도 1년만에 수출비중을 25%에서 55%로 늘려 상당규모의 환차익을 냈다. 삼성그룹의 전자 전관 전기 등 전자소그룹 삼총사도 수출에 주력, 흑자에 기여했고 그룹 전체적으로는 적자로 돌아섰지만 오래전부터 슬림화작업을 해온 LG전자도 백색가전의 수출호조로 내수부진의 충격을 떨쳤다.
▼어려울 땐 ‘안정경영’이 최고〓동부건설은 김준기(金俊起)그룹회장이 수년전부터 강조해온 주택사업 축소방침의 덕을 톡톡히 봤다. 다른 건설업체들이 30% 수준을 유지해온 주택사업 비중을 7%까지 낮춘 바람에 최악의 주택경기 속에서도 동부건설은 드물게 흑자대열에 끼였다.
SK그룹은 주력 정유사인 SK㈜가 후발업체들의 점유율 경쟁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내수판매량을 유지, 그룹 흑자에 기여했다. SK텔레콤도 선발업체로서의 안정적인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적극 심어준 것이 1천2백억원의 흑자를 가져왔다는 평가.
부채비율 216%로 30대그룹 중 가장 낮은 롯데그룹의 경우 치솟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금융비용이 크게 늘지 않아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구조조정 효과는 하반기에〓각 그룹이 상반기에 단행한 인원감축은 현금흐름 개선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삼성그룹 관계자는 “상반기 인원조정은 수년전부터 해왔던 구조조정의 연장에 불과해 비용절감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다”며 “하반기 대규모 정리해고도 내년에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
〈박래정·이명재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