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턱없이 덜 걷히고 수해복구 실업대책 구조조정지원 등 쓸 곳은 봇물 터지듯 불어나고 있기 때문.
법인세 관세 등과 직결되는 수출입도 격감하고 흉작마저 예상돼 재정여건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을 맞아 예산당국은 세출을 삭감해 균형예산을 유지하는 정책을 포기했다. 예산당국은 3월 ‘세수증대와 지출삭감으로 균형예산을 유지할 것’이라는 내용의 예산편성지침을 밝혔지만 힘없이 무너졌다.
적자예산편성이 악순환해 재정적자가 후세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잇따른 국채발행에 따른 이자부담이 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은 19일 수해복구 지원용 국채 1조원을 발행하기로 한데 이어 앞으로도 세출증대 요인이 발생하면 국채를 더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은 “예상치 못한 수해에다 수출입 부진으로 세입이 더욱 감소할 전망”이라며 “추가적인 재원마련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위는 국회에 올라가 있는 2차추가경정예산안에 수해복구 지원용 국채 1조원 발행과는 별도로 역시 1조원 규모의 세입부족 보전용 국채 발행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수해복구 지원용 국채발행만 감안해도 18조5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국내총생산(GDP)대비 통합재정적자율이 4.2%로 올해 목표치 4%를 이미 상회하는 것.
이같은 적자율은 미국 2.2%, 독일 2.7% 등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24조원을 넘어 GDP대비 적자율이 5∼6%에 달할 것으로 예산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예산청 관계자는 “휘발유세와 담배세의 대폭인상 외엔 별다른 세수증대방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재정이 경제운영에 있어서 적극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자 증대가 일단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금융이 붕괴된 상황에서 재정만이 국민경제의 유일한 안전판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지금같은 추세라면 재정의 이같은 기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위는 사회간접자본(SOC)투자는 물론이고 국방비와 인건비, 농어촌지원, 교육투자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삭감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재정전문가들은 경직성 경비를 두자릿수 이상 삭감하는 등 과감한 세출삭감을 하지 않는 한 국채발행에 의존하는 적자재정의 만성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