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名家」 해태전자, 기사회생 힘찬 날갯짓

  • 입력 1998년 8월 21일 19시 23분


‘오디오의 명가(名家)’ 해태전자는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부도에 이어 6월 ‘퇴출’ 판정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해태전자가 부활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비록 전체 규모는 작지만 해태전자는 오디오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35%)를 달리고 있는 절대 강자. 이 회사의 ‘인켈’과 ‘셔우드’는 각각 국내와 해외에서 최고의 명품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해태전자 직원들은 요즘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고민이다. 부도 직후 주춤했던 수출주문이 올들어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 지난해 4·4분기(10∼12월) 평소의 30% 수준인 1천2백만달러까지 떨어졌던 오디오 주문량은 올들어 1·4분기(1∼3월) 4천8백만달러, 2·4분기(4∼6월) 6천6백만달러로 가파른 증가세. 천안 오디오 공장의 작업시간을 하루 2 시간씩 늘리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주문량을 맞추기가 어려울 정도다.

해태전자는 부도 후 3천6백여명의 직원을 1천8백명선으로 줄였다. 남은 직원들도 상여금을 전액 반납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해태의 기술력을 믿는 해외 바이어들과 협력업체들도 ‘해태 살리기’에 동참했다. 일본의 켄우드사와 미국의 하마카돈사 등 오디오메이커들은 매달 30만∼50만달러를 선수금으로 지급하거나 원자재를 외상으로 해태전자에 지원했다. 국내 3백여 오디오 부품업체들도 회의를 열고 해태전자가 발행한 어음을 돌리지 않고 정상을 되찾을 때까지 그대로 갖고 있기로 결정했다.

이 와중에 ‘셔우드’는 유명 가전제품 관련 잡지인 미국의 ‘스테레오파일 가이드’ 7월호와 영국의 ‘홧 하이★파이’, ‘홧 비디오&TV’ 최근호에서 잇따라 세계 최우수 오디오로 선정되는 경사를 맞았다.

해태전자는 현재 그룹에서 분리, 은행권과 종금사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별도회사로 독립시키는 방안이 추진되다가 잠시 미뤄진 상태. 그룹의 대표기업인 해태제과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 때문이다. 해태전자 직원들은 “해태전자가 무너질 경우 30년 넘게 지켜온 국내 오디오 시장도 해외 수입품에 함락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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