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월마트 세일」 공급중단등 반발 확산

  • 입력 1998년 8월 23일 19시 07분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가격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월마트(한국마크로)의 이른바 ‘크레이지 세일(파격적 가격할인)’을 계기로 촉발된 할인점 가격인하 경쟁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의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월마트는 제조업체의 강력한 반대를 묵살하고 26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정기세일을 강행키로 하고 회원을 대상으로 세일정보를 수록한 우편물 발송작업에 들어갔다.

마크로소식지에 따르면 월마트는 삼성 전자레인지(모델명:RE433―R, 8만6천9백원), LG VTR(모델명:LV―20, 19만9천원)과 냉장고(모델명:R―B518T, 67만9천원)를 주요 미끼상품으로 내세웠다. 또 동서식품 LG화학 애경산업 태평양의 생활필수품도 할인대상에 포함시켰다.

월마트측에 자사제품을 할인대상품목으로 넣지 말 것을 요구해왔던 제조업체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발끈, 즉각 반격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모든 할인점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기로 하고 자사 대리점에 대해 할인점에 제품을 제공하지 말도록 했다.

LG전자는 월마트에서 확보한 자사제품 수량파악에 나서는 한편 월마트에 제품을 공급한 대리점을 찾아내 앞으로 제품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이번에 미끼상품으로 선정된 세제가 월마트 한국진출 이전에 한국마크로에 공급했던 것으로 월마트 태도를 지켜본 후 추가공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제조업체들은 할인점의 미끼상품 선전으로 인해 제품이미지가 떨어지고 기존 대리점과 제품 가격격차로 유통체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월마트 등 할인점들은 ‘가격결정권은 유통업체의 고유권한’이라는 입장.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어떤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든 판매가격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들은 월마트가 비용절감, 효율적인 물류시스템 구축 등 자체적인 노력없이 막대한 자금력과 구매력을 무기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월마트의 할인공세로 본격화하고 있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의 가격주도권 싸움은 유통업체 우위의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제조업체들이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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