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원화」빌려 「달러」갚아』…상반기 자금운용

  • 입력 1998년 8월 30일 20시 11분


외환 금융위기의 여파로 올들어 5대 그룹은 막대한 환차손과 금융비용을 물어가며 외화차입금 상환에 허덕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5대 그룹 계열사들은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의 상당부분을 투자보다는 다른 계열사를 지원하는 데 쓰거나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5대 그룹이 외화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자금을 국내에서 대규모로 조달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나머지 기업들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3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을 하는 5대 그룹 60개 상장계열사는 상반기(1∼6월)중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국내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모두 19조4천5백52억원을 신규로 조달했다.

이는 전체 기업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의 약 48.9%에 이르는 규모.

회사채 발행시장에서는 5대 그룹이 78.9%를 쓸어갔다.

5대 그룹 계열사들은 차입액의 38%인 7조3천8백58억원을 외화차입금 상환에 썼다.

3조9천9백87억원은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차입금이고 3조3천8백70억원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차입금이다.

그룹별 외화차입금 상환규모는 △현대 1조7천9백2억원 △삼성 1조9천6백41억원 △대우 2천5백84억원 △LG 1조8천8백91억원 △SK 1조4천8백40억원 등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5대 그룹이 외채를 대규모로 상환한 것은 외환 금융위기로 국내 기업들의 신인도가 추락해 해외 금융기관이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외화차입금 조달금리는 연 10%에 못미쳤으나 올 상반기중 국내 회사채 조달금리는 연 10%대 중반을 크게 웃돌았다. 따라서 5대 그룹은 원화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외화차입금을 갚으면서 수천억원대의 이자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 것으로 추산된다.

5대 그룹 계열사들이 외화차입금을 대규모로 상환함에 따라 평균 부채비율은 작년말 426.1%에서 6월말 392.5%로 낮아졌다. 한편 5대 그룹 계열사들은 금융시장 경색 등으로 인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상반기중 조달한 자금중 1조6천4백16억원을 현금 또는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또 2조6천2백76억원에 이르는 관계회사의 주식이나 채권 등을 매입해 투자유가증권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반면 유형자산의 경우 작년말보다 3.2% 증가하는 데 그쳐 신규 설비투자는 극히 저조했음을 보여줬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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