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경기부양대책]돈풀고 세금낮춰 경기 살린다

  • 입력 1998년 8월 31일 19시 26분


은행들이 대출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업한일 조흥 외환 서울 제일은행 등에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정부가 16조원 이상을 출자, 이달말까지 이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모두 8% 이상으로 높여주기로 했다.

또 한국은행은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총액한도대출을 2조원 늘렸으며 정부는 특별소비세와 자동차세를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은 3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경기부양 대책을 마련, 2일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확정되는 대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장관은 “대형 시중 은행들이 BIS비율 8%를 맞추기 위해 기업대출을 기피, 금융경색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은행에 대한 지원조건을 완화해 이들 은행이 굳이 인수합병(M&A)을 하지 않더라도 자구노력계획이 타당성이 있으면 충분하고도 신속하게 증자에 응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 제일은행에 총 2조∼8조원, 상업한일 4조5천억원, 조흥 외환에 각각 2조원의 증자를 추진중이다.

정부의 이같은 계획은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1차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것과 때를 맞춰 금융경색을 풀어나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장관은 기업 금융구조조정 지원자금으로 책정해놓은 50조원을 올해와 내년에 나누어 집행하지 않고 은행들의 BIS기준 충족을 위한 지원자금으로 올해 안에 전액 지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자금 50조원은 올해 40조원, 내년에 10조원을 집행키로 하는 안이 마련돼 국회에 상정돼 있으며 △16조원은 이달말까지 시중 대형은행들의 증자자금으로 △25조원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정리에 △9조원은 예금대지급 등에 사용키로 돼 있다.

정부는 은행 증자자금뿐만 아니라 성업공사 등을 통한 부실채권 매입이나 정부출자은행에 대한 출연 등의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BIS 비율 8%를 충족시켜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증자지원 대상은 조건부 승인 7개 은행 중 합병을 선언한 상업한일은행과 외환 조흥은행이며 13개 우량은행 중 경영진단 결과 BIS비율이 8% 미만으로 내려가는 은행도 포함된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현행 5조6천억원에서 7조6천억원으로 2조원 증액하고 적용 금리도 연 5%에서 3%로 인하, 1일부터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전철환(全哲煥)한은총재는 “한도 증액으로 본원통화 공급이 늘어나겠지만 중소기업 대출지원을 위해서는 통화량 증가도 감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은행의 중기대출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내려가고 은행도 연간 3천6백억원의 수지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이장관은 기아자동차 매각과 관련, “정부로서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되기를 기대한다”며 정부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병희·이강운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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