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입찰과정에서 정치권이 포드선호를 노골화하고 기아 역시 응찰조건이 불리한 포드를 의식, 의도적으로 ‘판’을 깬 듯한 흔적을 남겨 응찰업체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포드 아니면 안된다”〓기아 경영진은 “국내업체가 기아를 인수할 경우 다시 부실해진다”며 “기아를 살릴 곳은 포드밖에 없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입찰평가 기준에서도 응찰가격보다는 종합경영능력을 갖춘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해야 한다고 고집, 결국 자금조달능력 경영능력 등 포드에 유리한 항목에 평점이 높게 책정됐다. 여기에 정치권이 한술 더 떠서 입찰결과 확정 직전 “포드의 기아 인수가 최고위층의 뜻”이라고 퍼뜨림으로써 낙찰이 기정사실화되던 분위기가 급반전, 기아유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채권단의 과욕〓기아입찰이 유찰로 끝나게 된 또 하나의 원인은 비현실적인 입찰조건. 기아와 아시아자동차의 부채는 총 12조8천억원으로 자산(7조7천억원)보다 5조1천억원이 많은 실정이며 앞으로 상당액의 부채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 등 기아 채권단은 부채탕감 요구를 허용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드러날 부채에 대한 협의요구도 묵살했다.
응찰4사는 “채권단이 기아정상화에는 관심이 없고 채권회수에 급급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응찰4사 재격돌 불가피〓이번 유찰에 따라 채권단은 부채탕감을 포함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재입찰을 실시하거나 부채탕감을 전제로 수의계약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
특히 이번 입찰에서 포드가 무려 8조8천억원이나 되는 부채 탕감 조건을 내걸어 채권단은 2차 입찰의 재유찰을 막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부채탕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 입찰에서 비공개로 돼있던 응찰내용이 유출됨에 따라 재입찰 참여업체들은 더욱 복잡한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삼성―포드, 현대―대우의 제휴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포드의 기아인수를 선호하는 정치권 분위기에 따라 삼성은 포드와의 제휴를 강력 추진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포드 역시 부채부담과 이번 입찰에서 최고평점을 받은 삼성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하는 입장이 돼 2차입찰은 컨소시엄간 대결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