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클리닉] 김원규/ 「성공경력」 새명함으로 자기PR

  • 입력 1998년 9월 6일 20시 37분


“아이구 미안합니다. 지점장이 퇴근을 안하시니 나올 수가 있어야죠. 사업들 다 잘 되시죠. 부럽습니다.”

주차장과 옛 은행동료가 만났다. “새 명함을 열한장 드릴 테니까 한장은 보관하고 열장은 주위에 뿌려 주세요.” “업종을 바꿨습니까?” “그게 아니고 E메일을 개설했고 사무실을 넓혀 판매대리점을 모집하고 있지요.” 명함 뒷면에는 회사 약도와 함께 ‘신용산역 1번 출구에서 전방 1백85보. 모두나 약국 2층’이라고 쓰여 있었다.

“제 것도 새로 드릴게요.” “무슨 이유로?” “독서지도사 자격을 땄고 청소년상담과정을 이수해 표시했지요.” “속셈학원장이 아니라 종합학원장이 되셨네.” “제 것도. 자주 들러 주십시오.” “식당을 옮겼나요?” “그 자리인데 가을이 다가오니까 만두국 등 메뉴를 추가했지요.” 명함 뒤에는 열댓가지 음식메뉴가 적혀 있었다.

주차장은 거나해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세 사람 모두 6개월만에 명함의 내용이 두번 바뀌었는데 나만 삼년째 같은 명함을 갖고 다니는구나…. 회사 것 말고 내 명함을 만들어 성장하는 나 자신을 적고 알리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대부분의 직장인이 두개 이상의 명함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지 벌써 20년이 돼가고 있다. 또 하나의 명함 뒷면에는 ‘1998년 3월〓토익 9백5점 취득. 미국인을 영어로 웃길 수 있음’ ‘1987년11월〓봉산탈춤 지도자과정 이수’ ‘1986년12월〓북한산 1백회째 등반’ 등 성공경력을 적어 ‘4천5백만 고객’에게 알리자.

김원규(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PSA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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