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당초 입법예고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에 들어있지 않았던 ‘금융기관 합병시 증권예탁원의 의결권 허용’조항을 국회 재경위 법안 심사과정에서 막판에 삽입시켰다.
이 법안이 2일 통과됨에 따라 30일 주주총회가 열리는 상업 한일은행은 물론 하나 보람 등 금융기관의 합병안이 대주주의 의사대로 통과될 확률이 높아졌다.
예탁원은 상장사 주식의 70%, 특히 은행 등 금융기관 주식의 80%(16억5천만주) 가량을 보관하고 있다. 예탁원은 주주들의 의사를 미리 들어보아 그 비율대로 찬반표를 행사할 예정인데 만일 주주의사가 찬반 6대4라면 보관중인 주식을 6대 4의 비율로 나눠 주총장에서 찬반의결처리한다는 것.
예탁원이 보관중인 주식 전체가 주총에 참석하게 되는데다 소액주주들은 의사표시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예탁원 소유지분은 대체로 대주주의 뜻대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전망.
이에 따라 참석주주의 3분의2, 총발행주식의 3분의1이 찬성해야 성사되는 금융기관의 합병이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기관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는 비율이 낮아 합병 승인을 위해 증권예탁원의 의결권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이철송(李哲松)교수는 “합병 결의는 이해당사자인 주주가 위험을 부담하는 행위”라며 “주주가 아닌 예탁원에 의결권을 주는 것은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단체의사결정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거래법은 합병 영업양수도 등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주총 안건에 대해 증권예탁원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 주총안건이 아니라 회사의 운명이 바뀌고 주식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예탁원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월권(越權)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국회상임위를 통과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은 금융기관의 합병 때 주주가 직접 주총장에서 의사표시를 하거나 예탁원의 의결권 행사에 반대하지 않는 경우 예탁원이 보유주식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