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구조조정 『후퇴』…감원규모 축소 시기도 1년늦춰

  • 입력 1998년 9월 7일 18시 53분


정부는 한국전력 도로공사 석유개발공사 등 일부 공기업의 인원감축 규모를 당초계획보다 줄이고 인원조정 시기도 1년가량 늦추기로 했다.

기획예산위원회는 정부투자 및 출자기관 즉 모(母)공기업 기준으로 2000년까지 2만8천8백13명을 감축하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 2001년까지 2만7천9백61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기획예산위는 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기업 경영혁신계획 수정안’을 발표했다.

이 수정안에는 공기업 노조들의 요구가 일부 반영됐다.

박종구(朴鍾九)기획예산위 공공관리단장은 “노사정위원회의 건의사항을 반영해 공기업 경영혁신안을 일부 수정했다”며 “구조조정 일정을 다소 조정한 것 외에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기업 감원 규모와 시기를 이처럼 수정, 당초의 구조조정계획에서 후퇴함에 따라 공공부문 개혁작업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날 계획 수정과 관련,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은 “개별 사업장의 특수성이나 부득이한 사정에 따라 감원수와 감원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공기업 구조조정은 기업별로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구조조정계획 수정의 원칙과 기준이 불투명해 해당 공기업 노조의 대응에 따라 구조조정안이 수정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위는 또 담배인삼공사의 홍삼사업부문을 올 하반기중 자산실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중 분리매각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2000년의 담배인삼공사 민영화 때까지 자회사로 운영하도록 했다.

또 한국통신의 시티폰사업, 위성사업, 케이블 전송사업은 적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매각하기로 했다.

조폐공사의 경우 감사직을 비상임으로 하려던 것을 상임으로 바꿨다.

한국전력은 10월중에 마련될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에 맞춰 인력감축 일정을 조정, 감축인원 6천2백34명중 3백75명을 2001년으로 늦춰 정리하기로 했다.

석유개발공사 조폐공사 지역난방공사 등의 경우 인력감축 규모를 당초계획보다 56명 줄여 신규사업을 뒷받침하도록 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는 냉난방기 관리보수업무가 근로자파견업종에서 제외된 점을 감안해 27명의 구조조정 시기를 올해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다.

도로공사도 통행료 징수업무의 민간 위탁이 어려워짐에 따라 통행요원 1백2명의 정리해고 시기를 2000년에서 2001년으로 늦추기로 했다.

수자원공사는 73명의 구조조정 시기를 2000년에서 2001년으로 연기했다.

무역진흥공사는 당초 폐지하려던 부사장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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