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어업협정/수산업계 반응]『황금어장 내줬다』허탈

  • 입력 1998년 9월 27일 19시 17분


“어장이 없는데 어떻게 살란 말인가.”

“당국에선 오징어 어장을 지켰다고 하지만 그건 실정을 모르는 얘기다.”

25일 한일 어업협상이 타결된 뒤 부산 경남과 동해안 어민들은 삶의 근거를 잃어버리게 됐다며 협정반대 궐기대회를 준비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징어채낚이 근해통발 대형선망 등 수산업계 종사자들은 일요일인 27일에도 각기 모임을 갖고 한일어업협상 타결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박원호(朴元浩·53)부산 오징어채낚이어업협회장은 “부산의 경우 50여척의 오징어잡이 어선이 연간 4천여t(위판고 6백억원)의 오징어를 잡았으나 앞으로는 어장 축소 등으로 어획량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강원도 동해출장소는 오징어 어획량이 연간 21.9%(9천6백t) 감소, 매년 1백60여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속초 선적 복성호(98t·근해 오징어 채낚이) 선주 김의남(金義男·58)씨는 “일본측에 뺏긴 대화퇴 구역은 러시아 해역에서 남하하는 오징어의 길목이었다”며 “그동안 모은 재산으로 지난해 선박을 구입해 대화퇴에서 오징어를 잡아왔는데 이제 희망이 사라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대화퇴는 쿠로시오 한류와 리만 난류가 만나 어장이 형성된 곳으로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중반부터 매년 7∼10월에 3백여척의 오징어잡이 어선이 출어해왔다.

속초 오징어 채낚이 선주협회 황갑철(黃甲哲·48)회장은 “정부가 오징어 어선을 매입해 경쟁을 막고 어민들을 도산에서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징어뿐만이 아니다. 서일본 해역 등에서 연간 장어 2만4천t(위판고 1천2백억원) 꽃게 4만2천t(위판고 1천1백50억원)을 잡고 있는 근해통발업계의 어업손실도 35%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원기(徐元基·41)근해통발수협과장은 “통발업계로서는 이번 한일어업협정으로 주어장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쓰시마 근해에 출어해 고등어와 정어리를 잡고 있는 대형선망업계 역시 어획량이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홋카이도 수역에 11척이 출어하는 부산지역 원양 명태트롤업계는 2000년부터 어장이 완전히 없어지게 됐다며 실의에 빠져 있다.

옥영재(玉永在·52)부산 대형선망수협전무는 “이번 협상으로 조업범위가 줄어들어 어선과잉 현상이 우려된다”며 “연근해어업의 조업구역 재조정 등 구조조정이 시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희성(朴熙星·47)부산해원노조위원장은 “어가폭락 유가폭등 어장축소에 심리적 위축까지 겹쳐 수산업계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수협과 선주협회 노조가 힘을 합해 정부측에 정책적 배려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속초·부산〓경인수·조용휘기자〉sunghy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