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삼성 등 5대 그룹과 전경련은 1일 오전부터 서울 롯데호텔에서 구조조정본부장 및 실무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협상을 갖고 이같은 구조조정 일정과 원칙에 합의했다.
5대 그룹은 그러나 LG―현대그룹의 반도체 통합법인 책임경영주체와 한국중공업―현대중공업의 발전설비 사업권 일원화 주체 등을 놓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
▼서로 떠넘긴 ‘책임경영주체 선정’〓재계는 당초 경영권 갈등이 첨예한 반도체와 발전설비의 경우 주거래은행에 각각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 경영주체를 선정하도록 요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30일 은행권이 “금융지원을 기정사실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바람에 백지화됐고 정부도 적극 개입의 후유증을 우려, 책임경영 주체선정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5대그룹은 외부 평가기관에 실사를 맡기는 쪽으로 결론을 내 ‘재계 자율로 구조조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은 지켰지만 그룹간 갈등으로 화합의 모양새는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 특히 현대측이 여러 업종에서 강하게 경영권을 주장하는 바람에 나머지 그룹사이에 ‘현대를 빼놓고 컨소시엄을 구성하자’는 안까지 제기됐다는 후문.
▼실사작업도 ‘순번제’〓이미 책임경영주체가 확정된 정유를 제외한 6개 업종 중 발전설비 반도체 철도차량은 11월말까지 실사작업을 벌이는 동안 해당 그룹들이 돌아가며 ‘간사업체’를 맡는다. 평가작업이 특정그룹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작업 늦어질 우려〓지난달 8일 정부와 재계는 사업구조조정과 관련된 자구계획을 9월말까지 제출하고 10월 중순까지 금융조치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자구계획을 작성할 경영주체 선정이 그룹간 갈등으로 2개월 늦어짐에 따라 이같은 일정을 재조정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일부 그룹들이 강하게 경영권에 집착하는 반도체 발전설비의 경우 외자유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