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지방경제/산업단지 현황]분양해약요구 급증

  • 입력 1998년 10월 6일 19시 50분


95년부터 광주 운암동에 조성중인 광주첨단 산업단지.

말 그대로 ‘첨단’ ‘미래 유망’ 산업을 중점 유치해 조립업종 위주인 지역 산업구조를 탈피해보자는 지방정부의 의욕이 배어 있는 현장이다.

그러나 단지안은 산업단지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민망하다. 2백40만평의 광활한 대지에 공장 몇개만 듬성듬성 들어서 있고 잡초만 무성할 뿐이다.

지난 3년간 20여개사가 입주 신청을 했으나 현재 공장을 돌리는 곳은 겨우 4개. 나머지 업체들은 작년말 IMF 사태 이후로 “도저히 공장 새로 지을 형편이 못되니 분양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실정. 공단 조성 사업자인 토지공사측도 사정이 딱하다.

“이 단지조성에 쏟은 돈만 1조1천억원이에요. 공장이 많이 들어와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계약한 업체들도 안되겠다고 하는 판이니….”

2백10만평 규모의 대규모 터를 닦은 부산 녹산공단의 경우 9월말까지 고작 5개업체가 입주해 텅텅비어 있다.

토공은 8백개 업체 유치를 계획하고 있지만 공장용 부지의 분양률은 40%대. 녹산공단은 원래 도심에 가까운 사상공단 입주업체를 유치, 도시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조성한 단지. 그러나 평당 62만원 원가 이하로 부지를 내놓아도 사려는 업체가 없고 이곳 역시 기존 계약업체들이 계약을 해지, 계약 중도금을 찾아가는 사례가 급증.

토공은 전국적으로 산업단지 조성을 하고 있는 곳마다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작년말 이후 분양 계약 해제 요구가 들어온 공단면적만 2백만평”이라는 설명.

한국산업단지공단측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12월∼올해 4월말의 5개월간 중도계약 해제 및 신청업체가 작년 한해 전체 건수의 36배나 된다. 우리 산업의 ‘텃밭’ 역할을 해온 공단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는 ‘적신호’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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