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12일 국채 입찰에서 낙찰받은 5백억원 어치의 국채를 14일 채권시장이 열리자 마자 내다팔아 5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면서 신이 났다. 연 9.43%에 낙찰받아 8.5%의 수익률에 넘겼으니 대략 그 정도 이익을 얻게 됐다는 얘기다.
정부는 돈을 풀어 금리를 떨어뜨리면 5대그룹 계열사에 편중돼 있던 시중자금이 다른 기업으로 흘러가 생산과 소비를 부추길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는 금융기관의 극성스런 재테크. 돈은 돌지 않고 금융기관 창고에 더욱 수북이 쌓여가고 있다.
▼ 인기 품목은 국채와 수익증권 ▼
12일의 국채입찰(1조2천억원) 현장은 일대 성황을 이뤘다. 1백여개 금융기관이 자그마치 3조3백억원 어치를 응찰했다. 안전한데다 만기가 1년으로 짧아 특히 인기가 있었던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종합금융증권투자신탁 등 2금융권이 연 9.43%에 입찰 물량의 68%인 8천2백51억원어치를 거둬간 것. 이들은 14일 채권시장에약 3천억원어치를 내다팔아 시세 차익을 톡톡히 챙겼다.
1∼6개월짜리 투신사 수익증권에는 이달 들어 9일까지 13조9천억원이 예치됐다. 콜(금융기관간 급전대출)금리가 연 6%대로 떨어지자 연 8∼9%대인 수익증권에 금융기관과 5대그룹 계열사의 뭉칫돈이 연일 쇄도하고 있다.
산업금융채 등 1년짜리 금융채도 인기를 끌면서 13일에는 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연 8%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 기업대출은 시기상조 ▼
은행계정 대출금은 지난달 7조5천억원이 감소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9일까지 1조8천억원이 줄어들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량 중소기업은 돈을 쓰지 않겠다고 하고 있고 신용이 떨어지는 기업에 돈을 내줄 수 없어 기업대출은 답보상태”라고 귀띔했다.
금융기관의 자금운용 관계자들은 “3년짜리 회사채는 금리가 너무 많이 떨어져 향후 반등 가능성을 감안하면 투자리스크가 큰 편”이라며 “연말까지는 장기물 투자와 기업 대출보다는 1년 이하 단기채권 중심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