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금융취약-구조조정부진, 신용등급 상향 걸림돌』

  • 입력 1998년 10월 17일 08시 59분


구조조정 늦추는 대기업, 제 역할 못하는 금융부문, 빚만 잔뜩 진 정부.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사가 꼽은 ‘한국의 신용등급이 높아지지 못하는 이유’다.

S&P사는 그러나 기아 서울 제일은행 매각이 연내에 제대로 진행될 경우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P사는 16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BB+(투자 부적격중 최고수준), 신용전망을 안정적(stable)이라고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등급은 3월20일 발표와 똑같은 수준.

재정경제부 김우석(金宇錫)국제금융국장은 “S&P사는 기아 서울 제일은행의 처리가 잘 될 경우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S&P는 또 △집권여당의 다수확보로 개혁지연의 위험성 감소 △금융권에 21조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등 금융구조조정의 진행 △경상수지 흑자규모 대폭 확대 △노동관계법의 신축적인 정비 등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특히 단기외채 및 1년내 갚아야 할 외채대비 외환보유고 비율이 지난해말 10%에서 현재 62%로 증가하는 등 대외부문 안정을 긍정적인 진전으로 꼽았다.

그러나 S&P사는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대기업 구조조정 지연과 여전히 높은 기업의 부채비율을 꼽았다.

또 은행의 대출여력 감소와 대출심사 능력 부족 등으로 금융부문이 원활히 작동되지 않아 경기회복의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정부채무 규모가 GDP대비 67%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제약요인으로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 등에 대해 최근 부정적인 평가보고서를 낸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는 항의서한을 처음으로 공식 발송했다.

정부는 이 서한에서 “무디스가 지적한 사항들은 근거가 희박하고 현실과 맞지 않다”며 “다음달초 방한하는 한국경제조사단 실사 이후 금융구조조정 진행상황 등을 정확히 파악해 추가보고서를 작성,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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