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중장기 경제분석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EIU는 지난달 작성한 한국보고서에서 “특히 재벌은 개혁에 계속 미온적일 것이며 재벌이 개혁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다른 부문의 경제개혁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기업 구조조정은 워낙 광범위한 개혁과정인 만큼 정부의 개입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EIU는 또 “30년만에 실업률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도 개혁의 장애물이며 정치적 비효율성의 제거 여부도 경제개혁의 중요 변수”라고 덧붙였다.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로버트 와드는 18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보고서는 10월 이후의 변화까지 반영해 11월 중순 완성될 것”이라며 “금융 구조조정 단행 등은 상당히 긍정적인 징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의 재벌들은 아직도 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해소에 대한 반발 등 재벌의 버티기가 계속된다면 다른 모든 부문의 경제개혁도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의 장래에 대해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불투명하지만 장기적인 거시경제 조건은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올해 ―7.9%로 최악의 모습을 보인 뒤 내년에도 ―2.3%로 후퇴국면이 지속되겠지만 2000년에 4.4%의 성장으로 반전해 2001년 4.7%, 2002년 4.8%를 기록할 것으로 EIU는 전망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연평균 실업률의 경우 내년에 11%로 최고수준에 이르고 2000년에도 8.7%의 높은 수준을 보인 뒤 2001년 7%, 2002년 6.8%로 다소 내려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올해 연평균 달러당 1천3백90원에서 내년에는 1천2백50원, 2000년에는 1천1백원, 2001년에는 9백70원, 2002년에는 9백25원으로 원화의 상대적 강세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에 대해 EIU는 정치적 대립 등이 악재로 작용해 올 3·4분기(7∼9월)에는 2·4분기(4∼6월)보다 약간 떨어졌으나 세계 60개국 중 26위, 아시아에서는 7위로 상대적으로는 다소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반병희·신치영기자〉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