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개정 공청회]은행 1인 주식보유한도 없앤다

  • 입력 1998년 10월 21일 19시 19분


이르면 내년부터 현행 4%(지방은행은 15%)인 은행의 1인당 주식보유한도가 원칙적으로 폐지돼 일정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은행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는 법인의 경우 은행 대주주가 되려면 계열 전체 부채비율이 200%를 넘지않아야 하는 등 자격 요건을 엄격히 해 은행의 사금고화(私金庫化)를 막을 방침이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연구원은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법 개정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은행법 개정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달중 국회에 은행법 개정안을 상정,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소유구조 개선〓현행 동일인 소유지분한도 4%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일정지분율을 초과해 주식을 보유하는 대주주의 자격요건을 강화키로 했다. 금융연구원은 자격요건의 심사대상이 되는 대주주의 기준을 △1안(시중·지방은 각각 4%)△2안(시중 4%, 지방 15%)△3안(시중 10%, 지방 15%) 등 세가지 안을 제시했으나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자는 취지를 감안하면 3안이 가장 유력시된다.

법인이 은행 대주주가 되려면 계열 전체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지않아야 한다. 또 금융기관 차입금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대주주의 자격요건을 정기심사 또는 현재처럼 일정비율(10%, 25%, 33%)을 초과할 때마다 심사, 일단 대주주가 되더라도 부적격 판정을 받을 경우 주주의결권을 제한하고 지분초과 주식은 처분하도록 할 방침이다.

▼은행 사금고화 방지대책〓재벌이 은행을 계열사 확장을 위한 자금줄로 악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대주주 소속 계열사의 주식취득을 금지키로했다. 은행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계열사 주식도 일정기간(1년)내에 처분해야 한다.

대주주에 대한 여신제한, 즉 대주주 여신한도의 적용범위를 현행 은행계정의 대출 및 지급보증에서 신탁계정도 포함,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유가증권 투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기업들이 회사채 매입 등을 통한 계열사간 편법지원이 성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또 단일 대주주에 대한 여신한도 외에 전체 대주주에 대한 총여신한도(예컨대 은행자기자본 또는 총자본의 50%)를 별도로 설정하고 대주주의 부당한 경영간섭을 막기위해 대주주 소속 계열기업의 임직원은 퇴직후 일정기간(3년이내)동안 해당 은행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은행경영구조 개선〓현행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제도를 폐지하고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대표이사를 선임토록 했다. 비상임이사 선임방식도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이와 함께 책임경영 풍토 정착을 위해 현행 증권거래법에 규정된 소수주주권행사 요건을 절반 수준으로 완화, △대표소송권은 0.005% △이사 감사해임청구권 등은 0.25% △주주제안권과 회계장부열람권은 0.5%를 적용하는 특례조항을 신설키로 했다.

▼효과와 전망〓은행 소유지분한도가 폐지되더라도 국내 재벌의 부채비율이 대부분 200%를 훨씬 넘어 당분간 재벌의 은행업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대 재벌 가운데 롯데그룹만 216.5%(97년말 기준)의 부채비율을 보여 대주주 자격요건에 근접하고 있을 정도. 5대그룹의 부채비율은 371%∼579%로 자격요건에 멀찍이 비켜나 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으로 기업 재무구조가 건실화되고 경기가 살아난다면 이 요건을 갖추는 기업이 생겨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금융연구원 이건호(李建鎬)연구위원은 “외국에서는 금융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외국인들이 은행 주인으로 대거 진출했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주식소유한도 폐지를 통한 은행의 책임경영체제 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