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벤처기업정책]창업만 지원 『육성은 몰라라』

  • 입력 1998년 10월 26일 19시 22분


“정부는 2002년까지 벤처기업 2만개를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남아있는 벤처기업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지경입니다.”

“정부는 벤처기업 신규 설립에만 관심이 있고 그 이후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22일 추준석(秋俊錫)중소기업청장과 만난 벤처기업인들의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벤처기업계에는 최근 두인전자 가산전자 등 중견 벤처기업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벤처기업의 성장기반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고 밝혔다.

▼벤처기업의 현주소〓중기청이 집계한 벤처기업 숫자는 △올 6월 7백31개 △7월 1천1백44개 △8월 1천2백84개 △10월 1천4백68개로 계속 증가 추세다.

벤처기업 창업 지원용으로 배정된 세계은행(IBRD)차관자금 4천억원을 받기 위해 이미 2천5백28개 업체가 6천4백억원을 신청할 만큼 창업 열기도 높다.

한국벤처기업협회 유용호(柳龍昊)실장은 그러나 “막상 벤처기업을 창업한 다음이 문제”라며 “운영자금 등을 마련할 수가 없어 창업했다가 6개월 이내에 문을 닫는 업체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실제 코스닥시장 등록 벤처기업 1백22개사중 17.8%인 20개사가 이미 부도로 무너졌다.

▼새로운 정책 틀이 필요하다〓단기적인 정책과 장기적인 정책을 구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단기적으로 자금이 급한 벤처기업에 신용보증지원 등을 통해 긴급자금을 수혈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틀을 짜는 일.

자금지원 방식을 지금의 융자방식에서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벤처기업인들은 말한다.

90년대부터 벤처기업 정책을 펴온 이스라엘은 정부가 40% 출자하고 나머지를 민간에서 조달하는 요즈마(yozma)펀드를 활성화해 투자자들이 벤처기업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내년 상반기에나 정부가 출자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벤처투자 캐피털이 등장할 전망이다.

코스닥시장을 우수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로 나눠 직접금융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국기술투자 김형근(金泂根)기획실장은 “벤처창업투자회사나 개인투자자(엔젤) 등이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창투사의 지원도 벤처기업의 경영실적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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