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지표를 고려할 때 최근 국내 경제여건이 최악의 상태를 면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달 들어서만도 와튼계량경제연구소가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했고 JP 모건이나 S & P 등 미국 금융기관 혹은 신용평가기관도 잇달아 긍정적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국의 경제전문지들도 비슷하게 고무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국제금리나 원자재가격 그리고 일본 엔화의 추이 등 객관적 외부상황도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내경제지표들도 청신호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음부도율이 환란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되고 지난달 생산증가율이 올들어 처음 플러스로 전환됐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환란의 직접적 원인인 달러부족 사태도 경상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3백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다. 외국 투자가들의 내방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환란극복을 위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국민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 좋은 일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최근의 몇가지 긍정적 상황변화들이 우리 경제의 회생 가능성을 예고한 것일 뿐 낙관할 만큼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실업문제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정부와 업계의 주의주장만 무성한 채 초기단계에서 진통중이다. 좀체로 해소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금융경색은 무수히 많은 중소기업을 자금난에 허덕이게 하고 있다. 정치 사회의 현실이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고 있는 측면도 있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경제에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는 것도 불안감을 더해주는 요소다.
내실이 불안한 상태에서 받는 칭찬은 공허하다. 외부의 긍정적 평가들도 대부분 어떻게 할 때 잘 될 것이라는 식의 전제를 달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은 개혁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예민한 시기다. 여건이 호전된다고 해서 느슨해지면 그나마 지금까지 고통 속에 이루었던 개혁의 중간성과들을 한순간에 날릴 수 있다. 자기도취에 빠지거나 들뜨지 않고 개혁의 고삐를 다잡을 때 진정한 칭찬을 들을 수 있다. 경제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풀린다 하더라도 IMF채무국을 면하고 적자재정이 균형을 이루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아직 긴장을 풀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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