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지면서 외환보유고에 여유가 생긴데다 시장에 달러화를 내다 팔려는 대기물량이 넘치고 있다. 향후 2,3개월 뒤의 환율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역외선물환(NDF)시장의 원화시세도 안정세.
외환 전문가들은 연말 ‘외환대란’이 현실화되려면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5백50억달러)의 만기가 연말에 집중돼야 하며 △연말 만기를 맞는 외채의 상환기한 연장률이 70% 미만으로 떨어지고 △외환보유고가 이를 방어할 수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고 경상수지 흑자기조로 외환보유고가 4백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이같은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는 것.
한국은행 관계자는 “7월 이후 국내기업들의 외화예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이달말 1백3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외화시장엔 달러를 팔려는 대기물량이 넘쳐나고 있다”고 밝혔다. 달러 거래량도 투기적 수요가 줄어들면서 하루 10억달러 선에서 안정적인 추세.
외국투자가들의 원―달러 교환시장인 싱가포르 NDF시장은 9월 이후 투기세력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평가다. 30일 오후2시 12개월물 선물환가격은 달러당 1천3백58원을 기록, 국내 달러시세인 1천3백14원과 44원차를 보였다.
LG그룹 국제금융 담당자는 “44원은 국내외 조달금리 차이만을 정확히 반영한 수치”라며 “외국투자가들 사이에 원화가치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가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치한 달러화가 점차 시장에 풀리면 외환시장은 더욱 안정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외환시장보다 원화시장의 경색을 우려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