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부터 GSM단말기 개발에 뛰어들어 올3월 세계 최소 최경량GSM단말기‘SGH600’을 발표한 기쁨도 잠깐. 현장실험을 할 수 있는 시험기지국이 국내엔 하나도 없는 탓에 10여명의 소프트웨어개발팀은 40여개국을 전전한 뒤에야 완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현장테스트를 통한 뒷마무리가 단말기의 신뢰도를 좌우하기 때문.
개발팀의 한 직원은 “국내에 시험기지국 하나만 있다면 한두달이면 충분한 현장테스트가 5개월이나 걸렸다”면서 “그동안 에릭슨 노키아 등 경쟁회사들이 더 작고 가벼운 제품을 내놓는 바람에 때를 놓쳤다”고 한탄했다.
국내에 GSM방식 기지국 설치가 불가능한 이유는 정보통신부의 규제 때문. 공장내에 시험용 간이기지국을 설치하려 해도 “전파간섭이 일어날 수 있다”거나 “CDMA와 비슷한 주파수대는 안된다”는 갖가지 단서 때문에 허가가 안난다. 삼성전자 맥슨 등은 물가와 인건비가 오히려 비싼 영국등에 연구소를 개설했을 정도.
문제는 GSM단말기 시장이 국내에서 사용하는 CDMA시장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CDMA 가입자수는 2천만명인 반면 GSM 가입자는 2억5천여만명에 달한다. 중국 동남아 시장만 따져도 GSM 수요가 훨씬 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CDMA는 제품가격의 5.25%를 로열티로 지불하지만 GSM은 유럽에서만 팔지 않으면 로열티가 전혀 없다”면서 “쓸데없는 규제 때문에 시장도 놓치고 미래기술 개발에도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