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팅 업계에서 ‘P&G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보증수표’로 통한다. 특히 마케팅 부서 출신일 경우 다른 어떤 유명 회사 출신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유수한 다국적 기업의 본사와 각국 지사에 상당수의 ‘P&G맨’들이 중역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 P&G의 마케팅이 단연 돋보이고 직원 교육이 체계적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P&G 하면 으레 ‘마케팅 사관학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
P&G의 마케팅은 전세계 기업들 가운데 최초로 도입한 ‘브랜드 매니지먼트’로 대표된다. 브랜드별로 독립된 팀을 구성해 독자적인 예산을 집행하고 기획 마케팅 영업을 실행한다. 브랜드끼리 경쟁이 붙어 회사 전체 매출 실적이 극대화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 그래서 소비자들은 P&G라는 회사 이름은 몰라도 P&G에서 만들어 팔고 있는 제품이름엔 익숙하다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도 P&G의 마케팅력을 두드러지게 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 한국에서 생리대가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진 것도 P&G의 공격적 마케팅 덕분이란 평가다.
89년 P&G가 ‘위스퍼’를 들고 한국에 상륙했을 당시만 해도 생리대는 약국 한 구석에 ‘숨겨진 채’ 판매되는 분위기였다. P&G는 인식 전환을 위해 잡지 광고에 앵커 광고PD 등 캐리어우먼을 대거 등장시켰다. 생리대에 ‘활동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연계한 것.
생리대 TV광고를 실시한 것도 P&G가 처음이다. 결국 생리대를 슈퍼 진열대로 끌어내는데 P&G가 가장 큰 공을 세운 셈.
한국P&G의 심수옥 이사는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아무거나 사는게 아니라 선택해 사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P&G는 또 위스퍼 판매 10주년인 올해 전국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순회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성에 눈뜨는 시기에 올바른 성지식을 전달하자는 취지에다 위스퍼를 맨 먼저 접하는 제품으로 각인시키겠다는 판매 전략이 결합된 것.
이같은 프로젝트가 하나 마련되면 브랜드 매니저를 팀장으로 광고 제조 법률자문 기술 등 각 파트에서 차출된 직원들로 구성된 팀이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젝트를 책임진다.
직원들에게 꾸준히 트레이닝을 시키는 것도 P&G 마케팅에 힘을 싣는 요인. 심이사는 “마치 학교에 다니는 학생같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회사 전체 교육, 부서별 교육, 업무별 교육, 또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지역별로 각국을 오가는 교육이 매년 수도 없이 열린다. 브랜드 매니저의 인사 고과는 판매 실적 50%, 부하직원 트레이닝 성과 50%로 매겨질 정도. 심이사는 “이밖에 업무 시간의 20%를 소비자와 보내야 한다는 규정도 소비자의 요구를 적절히 수용해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