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체인점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바로 입지 조건. 부동산학과에서 배우는 ‘입지론’‘시장분석론’같은 중심과목이 장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이같은 이론과 실전의 접목에 성공한 사람이 ‘춘천골 닭갈비’ 체인본사 ‘춘천골 식품’의 이호춘사장(48)이다. 이사장의 ‘이론’ 파트너는 건국대 부동산학과 학생들. 이사장이 건국대 후문 근처에 닭갈비 가게를 연 93년부터 단골 고객들이다.
이사장이 체인 사업에 손을 댄 것은 올해 1월.
“손님들이 맛이 좋다며 체인을 해보라고 권유했지만 사업이라곤 해본 적이 없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1월이 돼서야 결심을 하고 부동산학과 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했죠.”
이사장은 부동산학과를 졸업한 장원석씨(28)를 파트너로 영입, 차장자리에 앉혔다. 장차장은 올해 졸업을 하고 건설회사에 합격했지만 IMF로 입사가 취소됐던 처지였고 평소 이사장을 ‘큰 형님’처럼 여겼던 터라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장차장이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사업자등록 상표출원 등 체인사업을 위한 절차를 밟을 때 큰 도움이 됐다.
두 사람이 다음으로 생각해낸 것은 부동산학과 재학생들을 ‘입지 선정 도우미’로 활용하는 것.
장차장의 주선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여름방학 내내 열심히 뛰어다니며 1백50군데가 넘는 입지를 물색해왔다. 그 가운데 2곳은 이미 개점했고 5군데는 추가로 문을 열 예정.
이사장은 “전공을 한 학생들이라 그런지 좋은 곳들만 골라왔다”며 “지금도 체인점 개설을 원하는 점주들에게 자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는 일당과 계약 체결 건당 50만원씩이 장학금 명목으로 지급됐다. 학생들로서도 이론을 실전에 활용해볼 수 있어 ‘누이좋고 매부좋고’가 된 셈.
이처럼 다각도로 노력한 덕택인지 체인점은 10개월만에 40개점으로 불어났다.
이사장은 “부동산학과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체인사업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보답 차원에서 내년부터는 부동산학과에 장학금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공짜밥을 얻어 먹기도 하고 MT에 이사장을 초청하기도 했던 학생들. 학생들이 시위용 화염병을 만들려고 소주병을 몰래 빼갈 때면 못본 척 눈감아주던 이사장.
이렇게 정으로 맺어졌던 인연을 ‘풀뿌리 산학협동’으로 발전시킨 이사장이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여건을 탓하지 마십시오. 어떤 여건이든 생각만 바꾸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대상이 사람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려면 정으로 이어져야죠.”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