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맞춰 경계강화 중이던 해병대원들은 작전지역 해상을 향해 돌아가던 야간 감시장비를 1.5㎞ 해상에 있는 정체불명의 물체에 고정시키고 숨을 죽여가며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
49분이 지난 0시55분. 길이 7∼8m의 선박에서 4,5명이 움직이는 것이 포착됐다.
“간첩선이다.” 30여명의 해병대원은 북한 공작선이 25분간 접안을 시도하다 돌아가려 하자 조명탄을 터뜨리고 박격포와 기관총을 쏘아댔다.
간첩선은 군경의 추적을 따돌리고 약 4시간만에 북한 해역으로 달아났지만 야간 감시장비의 뛰어난 성능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야간 감시장비는 상하좌우로 돌아가며 물체를 포착한 뒤 자동촬영하는 카메라와 이 물체를 실제 모습으로 보여주는 모니터로 구성돼 있다.
특정 물체에서 나오는 미미한 에너지(열)를 포착해 실제 모습을 재현하기 때문에 신속 정확하게 표적을 식별할 수 있다.
중량 1.5∼2㎏에 리튬전지를 사용하는 이 장비는 레이더나 레이저 감시장비보다 탐지거리가 짧지만 전자파를 방출하지 않아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매우 적어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파도가 높거나 폭우가 내리는 악천후 때 관측거리에 제한을 받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전방과 해안 및 강변의 취약지역에서 야간 감시능력을 높이기 위해 91년 군이 외국에서 처음 도입한 이 장비의 대당 가격은 약 2억원이나 된다. 96년부터 는 국내업체의 제품을 납품받아 사용하고 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