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중간점검]정부-재계 불협화음 불거져

  • 입력 1998년 11월 27일 19시 24분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7개 주요업종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는 5대 그룹의 사업구조조정 시한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와 재계간 불협화음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의 핵심인 금융 지원조건을 놓고 마찰이 첨예화하고 있어 구조조정 자체가 좌초할 위기에 처해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5대그룹 구조조정’ 독촉 발언이후 정부는 ‘시한연기 불가’란 배수진을 치고 있지만 곳곳에 걸림돌이 널려있어 앞날이 불투명하다.

▼연내 반도체 구조조정 어렵다〓현대와 LG반도체의 통합법인 경영주체를 결정할 미 컨설팅사 ADL은 최근 두 회사측에 “내년 1월 말 컨설팅 결과를 내놓겠다”고 통보했다. 두 회사 실사는 물론 반도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이 필수적인 만큼 ‘12월 초’ 일정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발전설비와 선박용엔진 부문도 한국중공업 민영화와 연계돼 있어 지지부진한 편. 설비 인력을 한중에 넘기는 삼성 현대측은 “한중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자구계획 제출이 늦어지는 것 같다”고 평가.

▼‘냉가슴 앓는’ 현대정유〓한화에너지 정유부문을 인수키로 하고 7개업종 가운데 가장 먼저 9월 말 주채권은행인 한일은행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현대측 요구조건은 채무 1천4백억원에 대한 출자전환과 우대금리 적용. 그러나 채권단측은‘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을 들어 결정을 미뤄왔다.

현대는 당초 10월말까지 인수작업을 완료, 성수기인 11월부터 한화의 설비와 판매망을 가동키로 했으나 오히려 ‘빅딜’에 포함되는 바람에 한화 영업망만 와해될 위기를 맞았다.

▼통합법인 사장 소외된다〓항공기부문에서 삼성 대우 현대 3사는 이달 23일 정부측이 추천한 임인택(林寅澤)전교통부장관을 통합법인 사장으로 내정,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은 3사가 제시한 경영개선계획서를 토대로 작업을 진행할 뿐 “사장내정자와 별도의 작업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 재계 관계자는 “부채의 출자전환 규모 등을 놓고 3사와 직접 접촉하는 것이 금융권 입장에서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괜히 인력과 시간만 축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입장 모호한 채권단〓27일 사업구조조정위원회에서 유화 정유 항공 철도차량 등 4개업종에 대한 채권단의 논의가 구체적으로 벌어진다. 그러나 채권단이 정부 눈치를 보는 데다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업종에 대해서는 지원규모를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져 재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