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미국이 한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국제사회에 확실히 해두기 위해 IMF에 강하게 요청한 사항인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시장 개방내용을 WTO 양허리스트에 포함시키게 되면 외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한국의 금융시장개방 위반사항을 WTO에 제소할 경우 국제소송을 감수해야 하는 등 금융정책 운용상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
IMF는 우리 정부가 올해들어 발표한 10여개 항목의 금융서비스시장 개방내용을 내년 1월29일까지 WTO 양허리스트에 추가 삽입할 것을 요구해왔다고 재정경제부가 3일 밝혔다.
재경부는 최근 방한해 정책협의를 벌이고 있는 휴버트 나이스 IMF아태담당국장도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12월초에 OECD에 제시한 개방일정을 WTO 양허조항에 담아 공식 절차가 끝난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개방내용을 양허리스트에 담는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미국이 IMF측에 강력히 요구한 사항”이라며 “국내 발표만으로는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추기 위해 이같이 요구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IMF측 요구를 수용할 경우 양허리스트에 포함될 금융시장 개방내용은 △해외 금융기관 현지법인 합작법인 설립 자유화 △손해사정인시장 보험브로커시장 개방 등 10개 이상에 이른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들 개방내용을 양허리스트에 넣게 되면 국내 사정이 변하더라도 해당 사항의 개방폭을 축소할 수 없으며 개방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해외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당장 제소에 들어간다”며 “그만큼 정부의 정책운용폭이 좁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IMF는 지난해 12월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한국에 선진국 2선자금 80억달러를 끌어온다는 조건으로 이같은 요구를 의정서에 담았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 2선자금 80억달러의 도입이 불투명해지자 재경부는 이를 계속 미뤄왔으며 IMF는 이를 지키도록 계속 압박해왔다.
재경부 관계자는 “2선자금 도입과 연계된 문제였기 때문에 가급적 이를 도입한 이후 WTO 양허리스트에 넣으려고 한 것”이라며 “2선자금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IMF가 계속 이를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우석(金宇錫)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IMF와 합의해 의정서에 포함시킨 사항이라 지키지 않을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경부 일각에서는 나이스단장과 협의시 이 문제를 2선자금 도입과 연계해 협의를 계속 해야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