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私財출연]재계 『불만』 시민단체 『환영』

  • 입력 1998년 12월 4일 19시 11분


‘재산권 침해인가, 권한행사에 따른 응분의 책임분담인가.’

정부가 재벌총수들 스스로 개인재산을 털어 구조조정 손실을 일부라도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재계가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 반(反)재벌여론을 희석시킬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긍정적 시각이 있는 반면 대다수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5대 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들은 4일 “현 정부의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종잡을 수 없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주주는 지분 만큼만 유한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총수들의 손실분담도 보유지분 한도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부실사의 유상증자나 지급보증 채무를 총수 개인이 떠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재계 주장.

손병두(孫炳斗)전경련 부회장은 “주식 부동산 값이 폭락해 5대그룹 총수의 재산이 다 합쳐도 기껏 수천억원대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성의표시’ 이상의 출연이 불가능하다는 것.

반면 경실련 참여연대 등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등은 사재출연은 당연하다며 환영하는 분위기.

경제전문가들도 정부측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민대 송치영교수는 “그동안 10%미만의 지분비율로 거대그룹 경영을 좌지우지했던 총수들이 지분만큼만 손실을 분담하겠다면 누가 수긍하겠느냐”고 말했다.

작은 지분으로 경영에 적극 간섭해 부실을 초래, 채권단이나 소액주주에 손실을 줬다면 응분의 책임을 나눠야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총수가 사재 출연을 했거나 그럴 방침을 밝힌 곳은 삼성 현대 롯데 SK그룹 정도.

현대는 5월 구조조정안 발표 때 2002년까지 지배주주의 사재 2천8백19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힌 이후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과 정몽구(鄭夢九) 정몽헌(鄭夢憲)회장이 지금까지 1천5백억원을 관련 주주회사에 출자했다.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은 2천2백억원의 재산을 내놓았으나 1천2백80억원의 부동산은 아직 처분되지 않은 상태. 그러나 종업원 고용안정기금으로 80억원을 출연했고 이달중 1백10억원을 더 내놓을 예정.

SK는 구체적인 출자액을 밝히지 않았으나 총수의 주식배당금을 주식인수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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