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빅딜 쟁점]2社체제땐 세계시장 점유율 하락

  • 입력 1998년 12월 4일 19시 39분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빅딜인가.”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빅딜이 자칫하면 산업 전체의 기반까지 허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3사의 D램 분야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40%. 국내 업체들은 단순한 매출액 수치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능력과 속도에서도 일본이나 미국 대만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빅딜을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이같은 추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김형준(金亨俊)교수는 “국내 전체 수출물량의 13%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의 빅딜이 일정에 쫓겨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3사 체제를 그대로 두고 서로가 경쟁을 하면서 각사가 특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형태로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장이 변했다〓반도체 빅딜론이 나올 당시는 전세계적인 공급 과잉으로 반도체 업계의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됐던 시점. 그러나 최근 D램 가격 상승으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데이터퀘스트 등 시장조사기관들은 최근 당초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수정하고 내년도 D램 산업이 14% 이상의 고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컴팩이나 IBM 등 반도체 물량을 실제로 좌우하는 컴퓨터 메이커들이 최근 국내업체에 보내온 전망 리포트도 내년 7,8월중 공급부족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면서 투자하면 된다〓빅딜론이 나온 또 다른 이유는 차세대 반도체로 불리는 2백56메가D램 라인 증설에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 재무구조가 부실한 LG반도체와 현대전자가 이같은 투자를 감당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부실이 가중돼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논리다.

업계에선 2백56메가D램과 1기가D램을 생산하기 위한 신규투자 금액을 3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64메가D램으로 차세대 라인의 투자시점인 2001년까지 5조∼6조원 이상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전망도 내년도 64메가D램의 가격을 5달러선으로 가정한 것으로 데이터퀘스트의 전망보다도 낮게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64메가D램의 경우 현시점에서 양사의 제조원가는 7.5∼10달러선. 그러나 내년에 4세대 라인이 도입되면 원가를 5달러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 64메가D램 가격이 6∼7달러선만 유지되면 양사 모두 엄청난 이익을 남기게 된다.

▼시장점유율〓양사가 통합할 경우 시장점유율의 하락은 불을 보듯 환하다. 양사가 독자적으로 운영할 경우 각각 웨이퍼 11만장을 생산할 수 있다.

일본업체의 철수 등을 감안하면 국내 3사의 시장점유율은 40% 이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통합할 경우 100% 가동이 불가능하다. 한 연구원은 “제조 공정이 서로 달라 6천억원 가량을 보완 투자해야 하는 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일부 설비를 놀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시장이 기본적으로 바이어들이 힘을 쓰는 시장이라는 점도 시장점유율 하락을 부채질하는 요인. 이들은 특정 반도체사의 시장 장악력을 견제하기 위해 회사별로 나눠 주문을 내기 때문. 통합으로 거대기업이 탄생할 경우 전체 물량은 당연히 줄게 된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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