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구조조정의 시동이 걸린 것은 2월6일 김대중(金大中)당시 대통령 당선자와 30대 그룹 총수들이 기업구조조정 5원칙에 합의하면서 부터다.
기업구조조정 5원칙은 △핵심부문 사업구조 개편 △상호채무보증의 해소 △재무구조 개선 △경영의 투명성 제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이에 앞서 1월 30일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는 “재벌 개혁 5원칙중 하나가 대규모 사업 교환(빅딜)”이라고 말해 처음으로 빅딜을 제기했다. 재계의 미지근한 반응 속에서도 김원길(金元吉)국민회의 정책위의장 김중권(金重權)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계속 빅딜을 증폭시키고 나섰다. 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은 7월 빅딜 성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7월말 5대 그룹 구조조정의 대전기를 마련하는 정재계 간담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이후 정재계 간담회는 6차례 개최됐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7개업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5대그룹 구조조정이 급진전하는 듯 했으나 재계의 요구는 많고 자구노력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자 11월30일 김대통령이 정재계간담회 소집을 지시했다.
결국 정재계가 서둘러 ‘구조조정 최종판’만들기에 돌입했고 강봉균(康奉均)청와대수석이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안을 터뜨렸다. 그후 수일간 긴박한 줄다리기 끝에 7일 오후 1시 정재계 및 5대그룹간 협상이 일단락됐으며 오후 2시 청와대가 합의문을 언론에 발표했다. 재벌사에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