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계가 외환위기 이후 강력하게 추진된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다.
▼은행 장기차입 잇따라 성공〓작년 외환위기 이후 올 10월까지 국내금융기관들은 주주관계에 있는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의 자금제공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장기 외화차입이 중단됐었다.
그렇지만 이달들어 시중은행의 외화차입이 줄줄이, 그것도 좋은 조건으로 잇따라 성사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스탠더드차터드은행 등의 주선으로 지난달말 5천만달러의 차관단 여신을 리보(런던은행간 금리)+2.5%의 조건으로 계약한데 이어 8천만달러를 더 들여오기 위해 현재 국제금융공사(IFC)와 함께 런던 프랑크푸르트 뉴욕 등지에서 투자설명회를 진행중이다.
국민은행도 최근 유럽계 은행으로부터 5천만달러를 리보+2.5%의 금리 조건으로 들여오는 방안이 거의 성사단계에 있다.
한편 홍콩은행(HSBC)은 국내 기업이 기계류 등 영국 자본재를 수입할 때 대출해주라면서 수출입은행에 총 1억2천3백만달러의 대출한도를 신규로 열어줬다. HSBC 관계자는 “영국계 상업은행이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지원을 재개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은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3억달러 규모의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키로 스위스연합은행(UBS)과 합의, 22일에 돈이 들어올 예정.
▼단기차입금 만기연장률 상승〓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조흥 상업 제일 외환 국민 등 7대 시중은행의 11월중 단기차입금 만기연장률은 88.8%로 10월에 비해 5.9%포인트 상승했다. 2월 이후 90%를 웃돌던 만기연장률은 9월 82.7%로 뚝 떨어졌으나 최근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또 2월 4.36%에 이르던 차입 가산금리는 4월 단기외채 만기연장에 성공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여 11월에는 2.66%에 그쳤다.
▼한국 채권값 상승〓러시아의 대외채무지불유예 선언 여파로 8월말 연 10.1%까지 급등했던 10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는 7일 현재 4.29%로 뚝 떨어졌다. 유통수익률 기준으로는 발행일인 4월8일의 연 9.08%보다 낮은 8.96%를 기록했다. 그만큼 외평채값이 크게 상승한 것.
산업은행이 발행한 산금채(2006년 만기) 가산금리도 같은 기간중 10.3%에서 4.90%로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가격은 7일 현재 주당 37.1달러로 작년 11월18일 발행했을 때의 가격인 23.0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