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상장규정개정]재벌총수들 「맘대로 인사」사라진다

  • 입력 1998년 12월 10일 19시 19분


내년부터는 그룹 총수가 계열사의 사장이나 임원을 낙점해 한꺼번에 인사하는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위원회는 유가증권상장규정을 연내에 고쳐 내년부터 상장회사 이사의 4분의 1 이상은 사외이사로 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10일 “앞으로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기능이 정상화되면 그룹 총수가 현재처럼 계열사 경영진을 미리 낙점한 뒤 일괄 인사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그룹의 총수가 인사권을 행사하려면 최소한 해당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등재해 이사회의 실질적인 구성원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5대그룹 총수는 총 56개 상장계열사 중 15개사에만 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2백8개 비상장계열사엔 이사로 올라있지 않다. 또 30대그룹 총수는 상장계열사 지분을 3.2%만 갖고 있으며 1백90개 상장계열사 가운데 65개사의 이사로 돼있다.

그룹 총수가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은 계열사에 대해 인사권 행사를 통해 사실상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정부는 여러차례 밝혀왔다.

그동안 그룹의 인사관행은 총수가 그룹인사팀에서 만든 존안자료를 토대로 계열사 사장단을 일괄적으로 인선해 발표하면 계열사의 이사회와 주주총회는 이를 그대로 통과시키는 식이었다.

이위원장은 “1단계로 연내 사외이사와 사외감사제도를 강화해 99년부터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이사회 구성원의 4분의1 이상을 의무적으로 사외이사로 구성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상장회사는 내년 첫 주총에서 현재 1명 이상인 사외이사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또 금감위는 상장사가 사외이사와 사외감사를 선임할 때 그룹 총수 또는 대주주 경영진의 친인척, 전직 그룹 임직원, 해당기업 지분소유자, 그룹 회계담당자 등을 제외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투자신탁회사가 신탁재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지분만큼 임원선임 등 경영권 변경과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5대 그룹 구조조정 추진 합의문에서 기업의 부채를 출자로 전환할 경우 대주주인 금융기관이 사외이사와 사외감사를 파견키로 했으며 이에 앞서 각 그룹의 비서실 또는 기조실을 정리하고 대표소송권 장부열람권 등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시켰다.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LG그룹은 최근 신임 사장단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사회와 주총의 승인절차를 남겨두고 있는 내정인사”라고 설명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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