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냈으니 혹시 보너스?』…LG화학등 은근한 기대

  • 입력 1998년 12월 11일 19시 25분


‘우리가 벌어놓은 보너스 돌려주오.’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무색하리 만큼 ‘흑자경영’을 실현한 대기업이 늘면서 곳곳에서 연말 ‘보너스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위기가 절정을 이뤘던 연초 무더기로 반납한 보너스를 돌려달라는 ‘기본권 되찾기’형에서부터 부실한 다른 계열사 눈치보지 말자는 ‘내부거래차단’형 등 명분도 다양하다.

마른 수건을 짜내는 혁신운동으로 1천억원대의 순익이 예상되는 LG화학. 이 회사 임직원들은 최근 간부회의가 소집될 때마다 ‘혹시…’하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연초 200%의 상여금을 반납하면서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면 돌려준다’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

그룹 총수로부터 우수경영 평가(A)를 받은 데다 최고경영진까지 승진해 보너스를 돌려받을 분위기가 ‘떴다’는 게 이 회사 직원들의 강조점. 그러나 존폐의 기로에 선 다른 계열사 처지를 감안할 때 경영진이 덥석 보너스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

1조원 이상의 엄청난 경상이익이 예상되는 삼성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 금융 전자계열들이 그룹 실적평가에서 ‘AA’이상의 높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계열사내에선 ‘상여 100% 지급한다’는 설이 급속하게 세를 얻고있는 것.

삼성전자 Y부장은 “지난 연말 위기를 맞았을 때 보너스를 100% 이상 자진 반납했다”며 “사기진작 차원에서도 회사의 성의표시가 필요한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표시.

연초 연말 받아야 할 보너스의 10%를 떼 실업기금을 낸 포항제철 직원들도 올해 순익이 1조원대로 예상되자 “지난해 받은 50% 정도는 받아야겠다”고 으름장이다. 연초 600∼800%의 보너스를 반납한 동부그룹의 경우 총수가 “99년까지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임직원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보너스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뜻밖의 대규모 순익을 올린 것은 상반기 환율상승 덕택에 환차익을 많이 본 데다 하반기 들어 금리가 내려가면서 금융비 부담이 크게 준 덕택. 그러나 경영환경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다른 계열사 눈치 때문에 경영진들이 선뜻 보너스 지급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증시 활황세에 힘입어 평균 1천억원대의 순이익이 예상되는 증권사의 경우 정부가 제동을 걸어 보너스 지급이 무산될 처지.

현대증권의 경우 직원들에게 업무추진비 형식을 빌려 1인당 1백만원 가량을 지급하려 했으나 금감위가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H증권의 보너스 지급폭에 따라 보너스를 주려던 D증권 등도 일제히 보너스 지급 계획을 철회.

금감위 관계자는 “보너스 지급여부에 대해 왈가왈부한 적은 없다”면서도 “올해 이익을 조금 냈다고 부실이 금방 해소되는 것은 아닌 만큼 자제해야 할 때가 아니냐”고 주장. 그러나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약정을 올리려다 적잖은 빚을 진 직원들에게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주는 것이 뭐 그리 큰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박래정·이용재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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