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 빅뱅’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업체간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진행됐으며 소비불황 속에서 업체간 부침도 두드러졌다.
IMF가 몰고온 총체적인 경제환경의 변화는 유통산업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자체 구조조정 노력과 함께 예측하기 어려운 소비패턴의 변화에 맞추는 업체만이 생존을 허락받았다. 살아남은 유통업체안에서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부서나 매장 등은 가차없이 퇴출당했다.
▼강자 생존 현상 두드러져〓올해는 대형백화점의 몸집불리기와 지방 중견백화점의 몰락현상이 두드러졌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이른바 ‘빅3’ 백화점들은 중소백화점의 인수 위탁경영 등으로 전국적으로 점포를 확대했다. 반면 미도파 뉴코아 등 중견백화점은 부도이후 눈물겨운 자구노력을 통해 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 지방 독립백화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재래시장의 경우도 지방중소상인들의 몰락과 내수시장 위축으로 도매시장 기능을 위협받고 있으나 상권을 현대화하는 재개발사업으로 활로를 모색중.
▼실질적인 유통시장 개방 원년〓외국계 유통업체들이 국내 할인점 시장에 뛰어들어 국내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세계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국내시장 본격진출을 선언하고 4곳에 점포를 개설했으며 까르푸 프로모데스 등이 점포 확대에 나서 관련업계에서는 올해가 실질적인 ‘유통개방 원년’이라고 입을 모았다.
▼할인점 급성장〓기업형 유통시장의 경쟁 축이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대부분의 백화점들은 전년대비 10∼20%의 매출감소세를 겪었다. 반면 할인점은 올해 6조원의 시장규모로 전년대비 35%정도 급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케이블TV 홈쇼핑 등이 IMF시대에도 호황을 맞이한 대표적인 유통분야로 떠올랐다.
▼무한 가격경쟁시대〓IMF로 대다수 소비자들이 알뜰구매로 돌아섬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였다.
할인점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가격표를 달리 붙이며 분초를 다투는 가격경쟁을 벌였으며 백화점 수퍼마켓 재래시장까지 이 경쟁에 가세했다.
△10년전 가격으로 드립니다 △노마진 가격 △최저가격 보상제 △미끼상품 사전 예고판매제 등 값을 내리기 위해 유례가 없는 아이디어 경쟁을 벌였다. 자동차 콘도 아파트까지 경품으로 등장했으며 냉장고 TV 등이 사은품으로 나왔다. 여기에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방법이 총동원됐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