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천1백원대 진입]반도체-조선-車수출 타격우려

  • 입력 1998년 12월 22일 07시 26분


경제의 기초가 튼튼한 국가에서 환율하락은 반가운 현상이다. 통화가치의 상승은 곧 국부(國富)의 증가를 뜻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겨우 벗어난 지금의 우리나라에선 다르다. 환율 급락은 수출감소를 뜻하고 이는 나중에 환율급등을 초래, 외환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그래서 외환당국은 최근의 환율에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환율하락 배경과 전망〓뭐니뭐니해도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조만간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 등급으로 올라가는 즉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하고 있는 해외 투기자본이 ‘한국행’을 선언, 물밀듯이 몰려올 것이라고 국내 외환딜러들은 걱정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11월 한달동안 무려 6천2백2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8일까지 1천8백억원어치를 샀다.

도이치은행의 신용석(申容錫)부장은 “정부 개입으로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외자도입 추세라면 1천1백원대 정착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환율하락에 따른 득실〓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환율하락은 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극약과도 같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주력품목의 수출이 줄어들 전망.

수출업계는 “내년도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수출 증가가 필수적인데 1천1백원대 환율로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최소한 1천3백50원은 넘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약 1백20억달러를 외화예금에 비축해둔 기업들은 환율하락으로 환차손이 불가피해졌다.

환율이 떨어지면 기업과 정부의 외채상환부담이 줄어들고 수입물가를 낮춰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수출감소에 비길 바가 아니며 물가안정 효과도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한국은행 관계자는 설명한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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