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복병은 원―달러 환율 급락. 달러 환율은 10월말 이후 한달여만에 1백원 이상 곤두박질쳐 업체들의 수출기세를 꺾어놓고 있다.
반면 작년보다 크게 줄어 대규모 무역흑자를 가능케 했던 수입은 지난달부터 감소세 둔화가 뚜렷하다.
무역업계에서는 지금같은 환율불안이 계속 이어진다면 올해의 4백억달러 무역흑자 달성은 물론 내년도 수출여건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심상찮은 환율급락〓10월까지만 해도 1천3백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번주 들어서는 1천1백원대에서 들락날락하고 있는 상황.
무역업체들이 연말 예상환율을 1천3백∼1천3백50원에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명을 내지를만한 사태다. 환율 급락은 수출실적에 곧바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달 작년보다 1.1% 늘어 올들어 4월 이후 첫 증가세를 기록한 수출은 이달 들어서는 18일까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11월까지 무역흑자는 3백56억달러로 4백억달러 흑자 목표에는 44억달러 모자란 상태. 해볼만 한 목표로 여겼으나 연말 환율 급락 사태를 맞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수출의욕 잃은 업체들〓10∼11월에 달러당 1천3백원대에서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끝낸 업체들은 환율급락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들.
도어록 제조업체인 G사는 1천3백원대 중반에 수출상담을 완료하고 제품을 생산했으나 환율이 폭락하자 선적을 미루고 있다.
10%도 안되는 수출 마진율을 환차손으로 고스란히 까먹게 됐기 때문. P사는 바이어들에게 “단가를 올려달라”고 사정을 하고 있으나 바이어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P사는 당분간 신용장이 들어와도 수출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섬유업계는 요즘이 내년 상반기 수출을 놓고 바이어들과 활발하게 상담을 벌여야 할 시기지만 내년도 환율예측을 못해 상담이 거의 중단된 상태.
섬유업계에서는 ”이미 최근 수출된 물량의 40%는 수출채산성을 밑돌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한우건설기계는 최근 한달만에 환율변동에 맞춰 수출단가를 8∼10% 올렸다가 바이어들의 항의에 곤욕을 치르는 중. 요즘에는 바이어에게 팩스를 보내도 “비싸다”며 회신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22일 아침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업자원부와 종합상사 간담회에서도 환율대책 호소가 쏟아졌다.
종합상사 임원들은 “내년 환율을 1천2백50∼1천3백원으로 상정했는데 환율 전망이 워낙 불투명하다”면서 “정부가 대책을 세워달라”고 입을 모았다.
▼수입은 회복세 뚜렷〓11월 이후 수입회복세가 뚜렷하다. 11월중 수입은 83억달러로 작년에 비해 28.9% 감소, 올들어 수입감소폭이 처음으로 30% 밑으로 떨어졌다. 12월 들어서는 감소폭이 14.7%로 떨어졌다.
작년말 워낙 수입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이는 수입의 본격적인 회복추세로 업계에선 분석.
특히 이 기간에 소비재는 작년보다 44% 줄어 올 들어 평균 감소율과 비슷했지만 원자재와 자본재는 전달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감소폭이 줄었다. 그만큼 ‘수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입’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내년 전망 불투명〓산자부와 무역협회는 이달초 내년 무역흑자를 올해보다 대폭 낮춘 2백80억달러로 잡았다.
그러나 이는 내년 환율이 1천3백원대에서 안정을 보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 내놓은 전망. 따라서 환율이 요즘처럼 1천2백원대에서 유지될 경우 큰 폭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게다가 올해 대규모 무역흑자의 1등 공신인 수입감소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내년도 수출환경은 더욱 비관적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