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는 물러나도 연봉1억』…일부부처 제식구 챙기기

  • 입력 1998년 12월 24일 18시 56분


‘경제부처 고위관료들은 퇴임하면 누구나 연봉 1억원에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타야 하는가.’

최근 일부 경제부처들의 산하기관 등에 대한 낙하산 인사 움직임을 놓고 관료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같은 지적이 일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경우 금명간 1, 2급(차관보 국장급)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키로 하고 상당수 간부들을 산하기관장이나 임원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료에서 퇴임하는 이들이 옮겨앉으려는 기관은 예금보험공사 성업공사 및 주요 은행 등으로 내년에도 준(準)공공부문 개혁에 앞장서야 할 기관들이다.

이 때문에 경제위기에 적지않은 책임을 져야 할 보수적 재경부 간부들이 과연 금융 및 공공부문 개혁의 선도역으로 적합한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을 ‘영입’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는 일부 기관장은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자리를 빼앗기거나 다른 자리로 옮기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퇴임하는 고위 간부들에게 능력에 맞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결코 낙하산인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장관은 “조직의 피로를 풀어주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26일이나 28일 경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에 재경부에서 물러나는 차관보급 2명은 예금보험공사와 성업공사의 사장으로 내정됐다.

두 공사의 현직 기관장은 모두 올4월에 부임해 2001년 3월말까지 임기를 2년3개월 남겨놓고 있다.

또 국세심판소 이종민(李鍾敏)상임심판관(국장)이 국민은행 감사로, 다른 상임심판관 2명은 BC카드 사장과 예금보험공사 전무로 내정됐다.

한편 재무부 1급 출신인 박종석(朴鍾奭)예금보험공사사장은 관료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고 투자신탁협회장으로 옮겨간다.

이같은 인사는 신호주(辛鎬柱)국세심판소 상임심판관이 산업은행 감사로 옮겨앉는 등 올해 이미 퇴임한 5명의 국장급이 모두 산하기관이나 금융권에 자리를 얻어 나간 데 이은 것으로 재경부의 ‘대를 이은 내 식구 봐주기’ 행태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된다.

재경부와 산업자원부 등은 이밖에도 올들어 퇴임한 간부들을 몇몇 공단이나 공사 사장으로 앉혔으며 옛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출신인 선배관료들을 자리를 돌려가며 국책은행 등의 최고경영자로 앉혔다.

이들 산하기관장들은 공직에 있을 때보다 더 나은 처우를 받으며 관직 은퇴 후를 보낸다.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경우 1억원대의 연봉에 3천㏄급 승용차를 굴린다.

재경부 등의 이번 낙하산인사가 내년 3월로 예정된 2차 정부조직개편을 앞두고 각 부처에 대한 경영진단이 실시중인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조직개편이 실시되면 옮겨앉을 자리도 없이 옷을 벗는 고위공무원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부처들이 서로 먼저 산하기관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朴元淳)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공직에 오래 몸담았다고 해서 일일이 자리를 만들어준다는 것은 올 한해 동안 백수십만명의 실업자가 새로 생기는 등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병희·신치영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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