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빅딜 일촉즉발]정부,「재벌개혁 도전」간주 강경

  • 입력 1998년 12월 27일 19시 38분


반도체 빅딜이 정부의 강공과 LG의 반발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고 있다.

LG반도체가 미국 컨설팅업체 아서 D 리틀(ADL)에 대해 법적 대응을 선언한 반면 정부는 채권단을 앞세워 반도체통합 결렬의 책임이 LG에 있다고 판단하고 여신제재 강행방침을 천명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다.

▼‘칼’ 빼든 정부〓정부는 기본적으로 LG의 버티기를 재벌개혁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주거래은행인 상업 외환은행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28일 채권단회의를 열고 여신제재에 돌입한다.

정부는 현 단계에서 LG와 현대간 자발적인 통합협상이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판단한 듯하다. 통합 일정을 늦추거나 경영주체를 재평가하는 방안 역시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여론을 부추겨 전체 재벌개혁의 성공을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강공 이면에는 ‘LG가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 깔려 있다. 금감위는 1년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LG반도체 단기여신(지급보증 회사채 포함)이 2조5천억원 규모에 달해 여신제재가 현실화되기 전 제재결의만으로도 회사채 기업어음 전환사채 등의 발행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LG의 버티기가 계속될 경우엔 부실여신의 예방차원에서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통해 경영권을 박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금융제재가 이뤄지더라도 두 기업이 통합에 합의하면 여신제재는 곧 중단될 것”이라고 밝혀 협상의 여지는 있는 셈.

▼LG의 강온전략〓LG는 공격대상을 일단 ADL에 국한시켰다. 정부에 반발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괘씸죄’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LG가 ADL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귀책사유’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포석이다. 더 나아가 ‘문제가 심각한’ ADL보고서를 토대로 이뤄지는 여신제재의 정당성에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LG반도체와 달리 LG그룹 구조조정본부측은 다각적인 통로를 통해 정부와 접촉하며 LG그룹의 처지를 설명하고 나름대로의 복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에서는 LG의 이같은 화전양면 전략에 대해 통합을 받아들일 경우 지분 협상 등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곤경에 빠진 전경련〓이금감 위원장은 “재계 자율로 시작한 반도체 빅딜인 만큼 전경련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나서라”고 독촉했다. 정부로서도 직접 조율할 만한 여지가 많지 않은데다 강제조율에 나설 경우 추후 제기될 수 있는 책임문제 등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손병두(孫炳斗)전경련부회장이 양측 고위층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전경련측은 아예 중재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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