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합병사 우선 과제는 조직융화』…판이한 문화 충돌

  • 입력 1998년 12월 27일 19시 50분


‘관리의 삼성’과 ‘영업의 대우’가 만난다면…. 또 ‘불도저 현대’와 ‘돌다리도 두드리는 LG’가 합쳐진다면….

재계에 대규모 사업교환(빅딜) 인수합병(M&A) 바람이 몰아치면서 기업결합 과정에서 발생할 ‘문화충돌’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기업 결합은 생산시설의 물리적인 통합뿐만 아니라 조직원들이 갖고 있는 이질적인 문화를 어떻게 융합시키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

특히 M&A경험이 거의 없는 국내기업들은 오너 성향에 따라 기업문화나 사내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라 빅딜이후 통합사의 조직운영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막바지 빅딜협상을 벌이고 있는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경우. 삼성은 한치의 실수나 부패도 용납하지 않는 철저한 관리형인 반면 대우는 거래와 마케팅을 중시하는 세일즈문화가 주류를 이룬다. 삼성은 무노조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대우는 중공업을 중심으로 강성노조가 활약중이다.

삼성그룹은 인수 예정인 대우전자를 일단 별도법인으로 유지하고 노조를 인정, 단계적인 문화통합을 꾀한다는 계획이지만 대우 노조의 약화는 불가피한 실정. 대우전자의 한 관계자는 “자유분방하게 일하던 사원들이 삼성으로 옮긴 후 숨막히는 기업문화를 어떻게 견딜지 걱정하고 있다”고 전한다.

거꾸로 대우그룹으로 넘어가는 삼성자동차 사원들의 걱정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는 맡은 일만 꼼꼼히 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모든 사원이 세일즈맨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

작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대우는 쌍용출신 임원을 대우자판의 마케팅담당 임원으로 중용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던 것처럼 삼성자동차 인수후 조직활성화를 위해 갖가지 방안을 모색중이다.

최근 M&A를 끝내고 조직정비에 들어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조직융합도 관심거리.

현대는 가족경영의 대표적인 회사로 오너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상명하복’식 문화인 반면 기아는 오랜 전문경영인 체제에 길들여져 사원들의 목소리가 강하다.

은행권에서 일찌감치 합병을 선언, 내년1월 한빛은행으로 재출범하는 한일―상업은행은 최근 한 민간연구소에 효율적인 조직융합을 위한 컨설팅 용역을 의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순봉연구조정실장은 “기업간 M&A의 성패는 서로 다른 문화를 얼마나 빨리 융화시켜 시너지효과를 내느냐에 달렸다”며 “피합병 조직에 대한 사기진작과 강력한 비전 제시 등 전반적인 경영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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